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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헌법] 미국 “종교•언론•출판의 자유 침해하는 법안 안돼”

[2021-07-26, 16:50:58] 상하이저널

우리나라 제헌절의 의의와 존재에서도 알 수 있듯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은 법치를 이룩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이다. 헌법은 그 자체로 다른 모든 법의 기반이자 중심이 되며, 이 헌법이 없다면 국가가 하는 그 어떤 약속도 허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헌법은 각 나라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을 제시하는 청사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헌법의 첫 문장을 본다면 그 국가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추세는 현대 정부의 삼권분립, 공화국 대통령제 등 민주적 정치 시스템의 실질적 발상지라고 평가받는 미합중국의 헌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의 민주화에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의 헌법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그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미국의 특성은 무엇일까?

미국 헌법의 역사

미국의 헌법이 담고자 하는 가치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이것이 쓰여진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만 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은 처음부터 하나의 개체로써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 지방은 각각이 하나의 독립적인 사회적경제적 주체였으며, 서로가 하나라는 인식 역시 부족했다. 이것은 그들이 모두 함께 통일된 동기를 가지고 미 대륙으로 건너온 것이 아니라 각자 다양한 이유로 각자 다른 곳에서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이유, 경제적인 부를 원해서 온 사람, 정치적 자유를 찾아 떠난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주(州) 중 일부는 갈라선 끝에 형성되기도 했으며, 매사추세츠 주에서 탈출해 로드 아일랜드 주를 세운 종교 활동가 로저 윌리엄스의 예가 그 증거이다.

그랬던 미국의 첫 13개 주들이 하나로 뭉칠 필요성을 느꼈을 때는 다름아닌 그들의 모국 영국과의 갈등에서이다. 흔히들 ‘대표 없이는 조세도 없다’는 슬로건으로 많이 알려진 영국 본국과 미 대륙 식민지의 반목은 단순히 ‘세금을 내고 싶지 않아서’ 촉발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독립전쟁과 독립국가 미국이라는 결과를 낳았던 이 불화는 이념적인 면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당시 태동하던 계몽주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존 로크가 주장한 자유의지주의적 권력체에 관심을 보였다. 그 말인즉슨, 국가를 통치하는 기관은 공공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으며, 개개인의 사적인 행복과 재산을 수호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공동체의 최선을 이룬다는 그의 주장은 곧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부보다 우선된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국민의 저항권을 긍정하였다. 그러므로 정부가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면 저항은 선택이 아니라 시민으로써의 의무라고 주장하였다.

조세 문제 역시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되었는데, 정부는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어떤 경우에도 동의 없이 시민의 재산이나 이권을 빼앗을 수 없었다. 만일 동의 없이 정부가 시민의 재산을 취하려 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시민적 권리에 대한 중차대한 도전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세금 역시 자신의 재산을 일부 포기하여 국가기관에 넘겨주는 것이므로, 이 관점에서 조세는 세금을 내는 주체의 동의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었다.

온 유럽을 초토화시킨 7년 전쟁이 끝난 이후, 부채로 인해 재정이 불안정해진 영국은 아메리카 식민지에 엄청난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이 구멍을 메꾸려 했다. 그러자 미국인들은(미 식민지에 거주 중인 영국인들) 자신들도 대표를 선출해 영국 의회에서 조세에 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거절하고 지속적으로 과세 기조를 유지하여 식민지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는 고사하고 희생만 강요당한다고 분노하였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영국 정부의 이같은 행태를 시민의 자유를 향한 위협으로 규정했고, 1776년 토마스 페인이 쓴 영국 정부 비판문 “상식”이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반영(反英) 감정이 고취되자 미 대륙의 13개주들은 영국에 반기를 들기로 결심한다. 이때 쓰여진 것이 미국 독립선언문으로, 미국 헌법이 제정되기에 앞서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정리해 놓은 헌법의 ‘시제품’ 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들은 이 영국 왕실을 규탄하고 상술한 민권 사상 등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후 각 주들을 통합하고 대표할 연합의회를 설립하고 이 연합의회의 헌법 역할을 할 연합규약을 작성했다. 하지만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하고 독립국으로 인정받게 되자, 공공의 적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들은 서로 연합하지 못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 연합의회는 막대한 빚을 안게 되었으나, 각 주 정부에게 과세를 할 행정력이 없었다. 사실 그 어떤 법안도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어차피 하나라는 의식조차 희박했던 주들은 각자도생을 추구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흩어질 경우 유럽 강대국의 침략에 시달리다 함께 망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고, 그렇기에 연합의회에서 제정된 법률을 강제할 수 있는 행정기관을 만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합규약의 약점을 보완하고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정부를 상세히 설명해 놓은 것이 바로 현재 미국 헌법의 시초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추구했던 가치는?

건국의 아버지들은 권력의 분립과 정부의 간섭의 최소화를 지향했다. 이것은 몽테스키외가 주장한 삼권분립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첫 사례로, 후일 미국에서의 실험이 성공하자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도 퍼져 나가게 된다. 또한 상술했듯 시민의 자유와 사유 재산의 보호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언급되는데, 사유 재산이라 함은 돈 등의 재력은 물론 생명과 자연권 등의 기본적 권리도 포함된다. 

미국 헌법에 포함되는 권리장전의 첫 번째 조항은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연방의회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을 제정할 수 없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 역시 그러하다.” 이것은 미국 헌법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 중 하나이며, 이 조항에 의거해 그 어떤 표현도 미국에서는 처벌할 수 없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은 물론이고 고인을 희화화하는 발언, 나치즘을 옹호하는 발언,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발언 역시 합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토록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면모는 개개인의 권리를 매우 중요시하는 미국의 가치관을 잘 담고 있다. 다소 특이한 점은 이 조항이 어째서, 어떤 연유로, 누가 추가하였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당시의 모든 자료를 의도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후일 이 첫 조항의 역사적 배경을 다르게 해석해 혹시라도 그 의미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며, 이 조치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졌던 자유를 향한 비전과 의지를 방증한다.

미국 헌법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점은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헌법 어디에도 국민이 가진 ‘권리’를 딱 잘라 규정한 구절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헌법 제 2장 20조와 21조의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진 권리를 명명백백하게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이 조항이 사실상 미국 권리장전 1조와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두 조항이 다를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의 권리장전은 국민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것 대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족쇄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해, 미국 헌법에서 국가기관은 입법, 행정 등에서 일정한 행위를 할 수 없게 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얼핏 보면 직접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못박는 것보다 효과적이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조항의 강제성을 담보하고 유권해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예를 들어, 한 지도자가 헌법의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마음대로 해석해 ‘일부 언론을 제제하는 것이 비록 표면적으로는 검열일지라도 결국은 국민의 알 권리와 무지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운운한다고 가정하자. 만일 헌법이 ‘국민은 이러한 권리를 가진다’고만 말한다면, 해석하기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러한 권리를 가지기만 한다면 수단과 방법은 위헌적이어도 상관없다고 주장할 여지를 줄 수 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우려한 점은 바로 이것으로, 예외가 허용된다면 선례가 되어 결국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유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오늘날의 미국

오늘날의 미국 사회는 이 헌법의 가치 아래 세워져 있으며, 정치적사회적 자유는 그 어떤 경우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의 권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자유지상주의적 사고방식은 개개인의 이익과 개성을 존중하는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게 된 것도 정부의 규제와 통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는 만큼 이 기조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와 비슷하게, 헌법이 제정된 지 250여 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미국 헌법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 예를 들어 미합중국 헌법 권리장전 제 2조는 시민이 무장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미국의 총기규제 논란의 핵심이다. 자유방임주의적 경제 정책이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분석도 있으며 국가 재정이 지나친 감세로 인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다만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방향은 없는 만큼, 미국의 헌법이 수호하고자 했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현실적인 유연함을 보인다면 더 나은 미국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기자 김보현(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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