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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2021-07-23, 16:08:04] 상하이저널
중국의 <노인권익보장법 老年人权益保障法> 제 2조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중화인민공화국공민은 노인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2008년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1억 6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인구의 12% 수준으로, UN이 정한 고령화 사회 기준인 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2021년 5월 11일 발표된 제7회 전국 인구 보통 조사(第七次全国人口普查)에서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7%로 2억 6천만 명에 육박한다. 

실버 경제(银发经济)의 탄생

고령 인구의 증가를 단순히 경제 혹은 생산 활동이 불가한 종속인구의 증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최근 노인층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전통적 노인층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체적 소비자로서 경제 순환의 큰 축을 담당한다. 노인층의 소비 영역이 ‘실버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영역으로 확장될 만큼 이들의 소비는 유의미하다. 실제로 수치를 통해서도 노인들의 소득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KOTRA에서 제공한 중국의 고소득 노인 인구 증가세를 살펴보면, 2020년 월 소득 4,001~1만 위안 수준의 중등 소득 노인은 1억 명 이상으로 집계됐으며, 1만 위안 이상의 고소득 노인 1900만 명 규모로 밝혀졌다.

중국 고령화가 심화되는 동시에, 소득 수준이 보장된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실버 경제도 고속 성장할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2020년 중국 실버경제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버경제 규모는 2015년 2조 4000억 위안에서 2019년에는 4조 3000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15.2%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2024년에는 8조 6000억 위안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발 왕홍(银发网红)의 등장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노년층의 소비 트렌드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노년층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활발한 소비패턴을 보인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中国互联网络信息中心)가 발표한 제46차 <중국인터넷발전상황통계보고서 第46次中国互联网络发展状况统计报告>의 내용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9억 4000만 명이며, 이 중 60세 이상 노인층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전체 이용자의 10.3%로 960만 명에 해당한다. 이들의 스마트폰에는 평균 44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사용에도 매우 능숙하다. 거기다 온라인 쇼핑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사용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중국의 실버 소비에서 라이브커머스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두였다. 실버 세대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실버 세대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은발 왕홍’이 속속 등장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 실버 세대의 등장은,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으로 실버 소비자에게는 편리함으로 다가왔다. 

왕홍 왕비윈(汪碧云)의 라이브 방송 모습(출처 : 웨이보)

은발 왕홍들은 주로 실버 세대를 겨냥한 화장품, 건강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본인만의 설명방식을 통해 판촉한다. 이른바 백발 리자치(李佳奇, 중국의 거물급 뷰티 왕홍)라고 불리는 왕비윈(汪碧云)은 지난해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도우인(抖音)에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통해 단 한 번 방송으로 530만 위안(약 8억 9000만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왕비윈은 도우인에서 1,6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1억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은발 왕홍 장슈정(张淑贞)씨와 판지양(樊其扬)씨(출처 베이징일보)

은발 왕홍 리쥔란(李俊兰)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노인으로서 누구보다 노인들이 어떤 걸 필요로 하는지, 그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파악할 수 있다. 좋은 상품이 있다면 내가 먼저 사용해보고, 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 다른 은발 왕홍 장슈졍(张淑贞) 역시 “요즘 노인들은 예전의 노인과 다르다. 그들도 새로운 유행과 스타일을 추구하고, 예쁘게 꾸미길 원한다. 아직 노인들을 위한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라이브를 통해 노인들에게 더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다”라는 뜻을 밝히며, 현재 노년층의 특징을 대변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철새 노인(候鸟老人)의 등장

글로벌 시장 리서치 기업 민텔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전통적 노인들은 노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겼다면, 현재 중국 노인의 40% 이상은 노화로 인한 영향을 줄일 수 있다면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즉, 사회적으로 노인으로서 대우받기보다는 동등한 구성원으로서의 생활하기 원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그들의 소비성향에도 반영됐다.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철새 노인(候鸟老人) 현상이다. 철새 노인이란 계절에 따라 거주지를 이동하는 노인을 의미하는데, 겨울철 날씨가 따뜻한 중국의 대표 휴양지 하이난을 향해 이주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뜻한다. 실제로 하이난 방문객 중 56%인 93만여 명이 60세 이상 인구이며, 신화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이 하이난에서 사용한 총 지출액은 무려 2조 4,7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코로나 19 발생 이전인 2018년 기준). 이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노인층은 인생을 즐기기 위한 소비성향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겨울철 따뜻한 기후를 찾아 이주하는 철새 노인(출처 齐齐哈尔新闻网)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건 나이 든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다. 젊은 세대 역시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 노인을 단순한 부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등한 소비자로서 대하는 존중의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중국 인구 사회학자들 사이에선 현실화된 고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버 경제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최근 몇 년간 실버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정부 차원의 양로 기관 개혁 및 관리 감독 제도를 구축 및 정비하기도 했다. 노인을 나이 들게 하는 건, 그들의 나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가지는 편견일지도 모른다. 세대 간의 이해와 존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기자 서은진(저장대 국제경제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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