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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응급실 스토리

[2021-07-08, 14:52:58] 상하이저널

중국 유선 티브이를 신청한 후 아침마다 고정적으로 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상하이 제6인민병원에서 찍는 ‘응급실 스토리(急诊室故事)’이다. 2014년~2105년 동안 시즌 2까지 진행했던 내용을 지금 다시 방송하고 있다. 중국은 정말 심하다 할 정도로 재방송을 자주 한다. 하지만 채널이 많아 아무리 많은 재방송을 해도 새로 접하는 내용이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나서기 전까지 항상 상하이 방송을 틀어놓는데 아침 시간에 바로 이 응급실 스토리를 한다. 처음엔 아침부터 다친 사람들이 나오니 채널을 돌릴까 했는데 마침 장소가 제6인민 병원이고 방송 특성상 심하게 다쳤다가 다시 건강을 되찾은 사람들이 주로 나오는 것을 보고는 계속 시청하고 있다.  

엄마가 운전하는 전동차 뒤에 앉아 등교를 하다가 버스에 치여 다리를 심하게 다친 9살짜리 초등학생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엄마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못하고 한참을 망설인다. 자식 있는 부모 마음이 다 매한가지 아닌가,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부터 눈물 콧물 흘리며 한껏 감정 이입이 될 무렵 빨리 출근하라는 알람이 울린다.  

이렇게 끝까지 못 보고 나가는 날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동영상을 찾아볼까 싶다가도 어차피 며칠 지나면 또 방송해 줄 것을 알기에 잠시 참는다. 결국 며칠 만에 그 아이 이야기가 재방송이 됐고 다행히 수술이 잘 되어 다리는 절단하지 않고 재활도 잘 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래 해피엔딩이니까 방송에 나오지….’ 

앞으로는 감정이입을 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인 남편과 중국인 아내가 전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서 둘 다 실려왔는다. 남편도 크게 다쳤지만 더 크게 다친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옆에서 아내가 잠들지 않게 계속 말을 걸어 주는 장면이 나온다. 보고 있자니 또 눈물 콧물이 앞을 가렸다. 이날도 어김없이 빨리 출근하라는 알람이 울렸고 결국 마지막을 못 보고 집을 나섰다.  

며칠이면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응급실 스토리 프로그램이 완전히 끝나고 다른 프로그램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결말은 해피 엔딩이겠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너무 궁금해 바이두에 검색해서 다시 보기를 봤다. 아내는 예상대로 수술이 잘 됐고 남편도 건강한 모습을 다시 되찾았다. 마지막 인터뷰를 보고 놀란 것은 남편은 사고 이후부터 병원에서 했던 모든 행동과 말이 전혀 기억이 안 났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잠들지 않게 말을 걸어 줬던 일도, 병원 복도에 주저앉았던 일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단다. 그제서야 스토리 타이틀이 왜 ‘본능적으로 아내를 보호한 한국인 남편’이었는지 이해가 됐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 사람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나도 저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사고가 날까 전전긍긍하며 살 필요는 없지만,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보낸 것엔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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