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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 논단] 한국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

[2021-03-07, 04:54:57] 상하이저널
아이 낳지 않을 권리 보장한 “낙태죄 폐지", 아이 낳을 권리는?

(출처_ unsplash.com)

2021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이 110번째 생일을 맞는다. 1911년 처음 세계여성의 날이 제정된 후 세계는 빠른 근대화를 겪으며 여성의 사회적 위치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

한국도 이를 증명하듯 2021년 낙태죄는 없어졌다. 한국 여성이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여성의 재생산선택(출산과 관련된 선택)은 아직도 타인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산은 여성이라는 집단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도 있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성도 있지만, 여성만이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때부터 여성의 재생산능력은 “모신(母神)"을 기반으로 한 여신숭배의 근원이 되기도, 여성 신체 착취를 목적으로 한 억압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삶에 전부는 아니지만, 확실히 영향을 미치며 일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저출생으로 근 몇 년간 전전긍긍하며 출생률 증가를 목표로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개입할 의지를 보여주며 여성의 삶 속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 국가의 큰 관심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관심과 저출생 극복의 염원이 무색하게 한국 출생률dms 해마다 최저기록을 갱신 중이다. 

이 현상의 근원은 오늘날 한국 가임 여성의 아주 특이한 상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출산은 장려하지만 아이 낳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서울시 임산부 가이드, 시대착오적 조언

지난 1월 5일, 서울시 임신출산정보센터가 임산부를 위한 가이드를 온라인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이 가이드는 정부의 여성에 대한 무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임산부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해줄 의지가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가이드는 만삭의 임산부에게 출산 전 남편의 음식과 옷을 미리 챙겨두라는 조언과 필요 이상으로 임산부 다이어트에 치중된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뉴욕타임즈, ABC뉴스, 가디언지, CNN등 각종 외신에서도 비판받으며 국가적 망신을 안겨주었다. CNN은 서울시의 임산부 가이드를 “집안일로 살을 빼세요! 서울 정부의 50년대식 충고"라며 비꼬았다.

또,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고 의료적으로 위험한 내용을 가이드에 포함하기도 했다. 물을 마시면 살이 찌니 임산부에게 물도 적당히, 조심해 가며 마시라는 내용인데, 임산부에게 있어 수분보충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더 당혹스럽지만 각종 뉴스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한 부분은 또 따로 있었다. 서울시 가이드는 임신 중 성생활에 관한 조언을 아주 상세하게 제공했는데, 임산부 성희롱의 의도가 엿보일 정도로 노골적이다. 여자가 임신했다고 “남편의 성적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남성이 “자신을 심하게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라는 부분이 임산부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작성되었다며 누리꾼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가이드의 “중점태교"부분은 더욱 의문스럽다. 이 부분은 임산부에게 태아를 위해 거울 앞에서 “혓바닥을 내밀고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동시에 입으로 “이?히?히?익!” 소리를 내며 입을 크게 벌리도록 조언했다. 이 내용이 임산부에게 정확히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헤아릴 수 없다. 희롱의 의도 외에는 그 어떤 유익함도 찾아볼 수 없다. 

OECD국 중 유일하게 공공 정자은행 없는 나라, 한국

 정자은행(출처_European Sperm Bank) 

 

정부의 출산 장려와 그에 걸맞은 활동 부재의 모순은 대한민국이 OECD국 중 유일하게 공공 정자은행이 없는 나라라는 점에서도 부각된다. 

한국에서 비혼 여성의 정자 기증 시술이 불법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론 불가능하다. 여성이 정자 기증을 받으려면 배우자 동의가 필수며 인공수정은 난임부부만 받을 수 있다. 배우자가 없다면 시술을 선택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1960년대부터 정자은행을 도입했다. 프랑스나 영국은 국립병원이 공공 정자은행을 운영하며 비혼 여성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임신을 여성 개인의 선택으로 인정하고 나라의 새 생명 탄생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을 보이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친숙해진 정자은행 사용. 이 자전거는 광고와 배달 목적을 겸하고 있다. (출처_ copenhagenzine.com)



한국에서는 정자은행이 상용화되면 생명의 존엄성이 파괴되고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정자은행에 대한 찬반이 크게 갈린 상황이다. 태어날 아이의 정체성 혼란도 비혼 여성의 정자은행 사용 반대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비혼 여성이 출산을 결정한다면 그만큼 경제적, 정신적 준비가 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일 것이니 우려되는 “무책임한" 인공임신은 큰 우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비혼 출산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여성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임은 확실하다. 정자은행의 사용이 합법화되어도 갑자기 출산률이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술비는 비싸고, 인공임신의 부작용 위험 또한 존재한다. 인공임신은 시술 중 사고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각오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선택이다. 

법적 부부와 그 자녀만 정상가정의 범주에 넣어 이에 벗어나는 형태의 가정은 허락하지 않는 제도가 편견적이라는 비판도 생겨났다. 

정부와 사회가 출산을 선택하는 여성을 지지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국의 근본적인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와 조롱의 대상이 아닌 선택과 존중의 시각으로 보아야 우리 사회는 저출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기자 김지영(SA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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