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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매실청, 유자청

[2020-12-29, 16:44:29] 상하이저널

매 해 5월이 시작될 무렵이면 매실청을 담는다. 2006년부터 담기 시작했는데 그 때만 해도 매실을 구하기 힘들어 함께 매실을 담을 분들과 소주의 중국 매실농장에서 공동구매를 했다. 커다란 부대자루 하나 가득이 200원 남짓 했다. 중국 재래시장으로 수도꼭지가 달린 파란 병을 서너 개 사서 매실청을 담았다. 중국 마트에서 중국 설탕을 사서 담으며 너무 저렴한 흑설탕을 샀더니 불순물이 많아서 시행착오 끝에 품질이 좋은 중국 설탕을 나중에 찾게 되기도 했다. 커다란 중국 식도를 사다가 씻어 겉의 물기를 말린 매실을 내려치면 생각보다 매실씨가 쏙 빠져 나와 수고스럽지만 절반은 씨를 빼서 절반은 매실 통째로 매실청을 담았다.

씨를 뺀 매실청이 숙성이 되면 흰설탕에 재워 좀 더 발효되고 과육이 더 삭은 것은 매실잼을 만들고 흑설탕에 재워 둔 매실 과육은 매실청을 가른 후 보관해 두고 손님이 오거나 선물할 때 된장 한 숟가락, 고추장 한술, 참기름 듬뿍, 파, 마늘 다지고 참깨 뿌려 바로 버무려 매실장아찌를 만든다. 매실잼 절반, 된장, 고추장, 파, 마늘, 참기름 넣고 버무리면 쌈장이 되고 매실청에 고추장, 식초를 넣으면 초고추장이 되고 설탕 대신 고기 요리든 반찬을 만들 때 활용도가 높다 보니 매실청 만들기는 김장만큼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주먹밥을 만들거나 삼각김밥을 만들 때도 잘게 다져 넣곤 하는데 매실은 천연 항생제인지 여름에도 밥이 쉬지 않게 해 줘 꼭 넣는다. 홍췐루에 마트가 들어서고 은행이 들어서며 2010년대로 접어 들면서 과일가게에서 매실을 팔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소주 농장도 매실을 팔지 않게 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매실을 사다가 매실청을 담은 지 몇 해 째다. 

현재 사는 아파트에 산 지 17년이 되어 간다. 산책 중 12월 어느 날 단지 안에서 유자를 발견했다. 두 그루인데 노란 유자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매 해 크리스마스와 춘지에가 되면 수고하는 바오안들에게 컵라면과 음료수를 선물하곤 했다. 유자를 본 그 날 새들과 중국 사람 모두에게 외면 받는 유자를 몇 개만 따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어느 날 유자 한 상자를 가져다 주었다. 막대기로 때려서 땄는지 깨진 유자도 있었지만 중국에서 향기 좋은 유자를 만나 좋았다. 열매도 씨앗도 커서 즙을 따로 짜내고 씨앗도 따로 빼내야 하는 수고 속에 유자를 채 썰어 유자청을 담았다. 그 이후 매해 12월이면 중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유자 20여개를 선물로 받는다. 두 그루지만 유자가 흐드러지게 열려 200여개 이상은 족히 열렸다. 

서너 해 전 태풍이 지나간 어느 날 유자나무 한 그루가 태풍에 쓰러지고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았다. 올해 산책하며 보니 다른 쪽에 유자나무가 한 그루 더 있었다. 아무도 따지 않아 지금도 노란색 유자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처럼 달려 있다. 올해는 손이 닿는 낮은 곳에 있는 유자 몇 개와 수요가 많은지 보안이 가져다 준 10여개의 유자를 가지고 유자청을 담았다. 12월 크리스마스와 남편의 송년 모임에 담근 유자청을 선물로 보내며 고단했던 2020년을 마감했다. 

시골에서 딸기를 직접 기른 이로서 내 기억에 딸기는 초여름 과일이었다. 작은 산딸기만 간식으로 먹다가 밭에 딸기 모종을 사다가 서너 줄 심어 커다란 딸기를 맛보니 먹을 때 풍성했던 기억이 있다. 비닐하우스 재배 때문인지 딸기는 이제 겨울철 과일이 되었다. 하지만 6월이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작은 딸기를 광주리 째 사서 꼭 딸기잼을 만든다. 딸기 과육이 남아 있는 묽은 농도의 잼을 좋아하는 둘째를 위해 한 번은 묽게, 빵에 발라먹기 좋은 농도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또 한 번 꼭 두 차례 만들어 일 년을 준비한다. 

거짓말처럼 5월이 되면 집 안의 딸기잼이 똑 떨어진다. 매실청, 딸기잼을 담으며 한 해를 시작하고 지내다 보면 어느 덧 유자청을 담으며 한 해를 마감한다. 선물로 보낼 마지막 유자청을 포장하며 다가 올 새해는 매실청, 딸기잼, 유자청처럼 달콤하기를 소망하며 2020년과 작별을 한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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