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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코로나19 ‘위기’는 나에게 배움의 ‘기회’였다

[2020-10-10, 06:22:34] 상하이저널
[상하이저널 창간 21주년 기념 기획]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넘는 사람들 
① 박상윤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회장

코로나19 ‘위기’는 나에게 배움의 ‘기회’였다

올해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관계자들을 만나는 교민들은 “고맙다, 수고한다, 덕분에…”라는 말이 인사가 됐다. 코로나 초반 마스크 수급과 최근 몇 달 간 교민들을 생활터전으로 데려다 준 전세기 추진은 직접적인 혜택을 입지 않은 교민이더라도 감동적인 장면으로 기억할 것이다. 25대 상해한국상회는 ‘마스크’와 ‘전세기’ 두 단어만으로도 교민사회에 ‘감사’한 존재로 각인됐다. 

교민들과 함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애써온 상해한국상회. 그 중심에 박상윤 회장이 있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함께 넘었듯, 앞으로 닥칠 어떤 위기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코로나19 위기 속, 교민사회에 희망과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박상윤 회장의 얘기를 들어본다.

코로나19 위기를 교민사회와 함께 보낸 올해는 상해한국상회 회장으로서 남다른 해가  될 것 같다.

많이 배웠던 한 해다. “봉사를 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수없이 들어왔던 말인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실감났다. 불교교리에 ‘무주상보시(無住相菩施)’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에 머무르지 말고 보시를 하라는 뜻이다. 내가 봉사를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봉사하지 말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즉, 괴로움이라는 것은 내가 봉사하고 있다는 순간 생기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64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한국상회 사무실에 출근했다. 마스크를 나눠주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받으러 오신 분들 중에는 KF94 마스크를 주지 않고 일반 의료용 마스크를 줬다고 화를 낸 분들이 있었다. 봉사한다는 마음이었다면 그런 반응에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또한 봉사하는 삶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 한 해였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정서적으로 위기였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기회였다. 몇 달간 봉사를 하면서 봉사가 몸에 배게 됐다. 살면서 이런 일이 또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삶에 큰 자산을 얻었다. 

그리고 보람, 배움 등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하고 노력하며 정신적으로 성장했던 해이다. 평생 한번도 안 해봤던 일을 해보게 됐다. 그렇다고 특별히 열심히 했던 것은 없다. 주재원 생활을 했을 때처럼 열심히 했을 뿐이다.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교민들을 위해 해내야 한다는 ‘간절함’이다. 

 


춘절연휴를 시작으로 국경절 연휴까지 9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비대위를 구성하고 자원봉사자들 모집하고, 마스크 수급과 배포, 전세기 운항까지 감격스러운 상황이 여러 순간 순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코로나19로 중국 내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던 2월, 교민사회 마스크 수급이 시급했던 시기였다. 춘절 연휴를 보내며 페이스북에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지원하겠다는 글과 함께 한국에서 마스크를 보내왔다. 모두가 다급한 상황에서 교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줄 수 있었다. 그 순간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진 모든 순간들이 감격스러웠다. 마스크 배포에 자원봉사자로 나오신 분들, 후원금을 내라는 말도 없었는데, 한 분 한 분, 500위안, 1000위안씩 기부하기 시작했던 순간들, 첫 전세기가 하늘을 날아 도착했을 때, 교민들이 호텔로 들어오는 순간, 격리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날…. 기억 속에 저장된 감동적인 장면들이 너무 많다. 

교민사회 코로나19 위기의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했던 반면, 그렇지 못한 때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상황들이 몇 있다. 코로나로 홍췐루 대부분 업소들이 강제 휴업에 들어가야 했다. 임대료 감면 소식을 기다리다 결국 문을 닫은 식당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지금처럼 홍췐루가 호황을 이루기 전 상황에서 두 달 분 임대료를 면제받고자 노력했으나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했던 몇몇 업주들이 좌절하는 순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생활고를 겪는 교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상대책위와 한국상회에서 취약계층의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하룻새 18명이 신청했다. 총 8명에게 현금 4만 위안과 2만 위안 상당의 마트 상품권을 지원했다. 더 지원하고 싶었지만 민간 기금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직하는 가장, 임대료와 학비를 내지 못하는 가정 등등 지금도 어려운 교민들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한국처럼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서 지원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마음이 되어 임했던 민관합동 비대위와 상해한국상회 관계자들을 둘러싼 모두가 수고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드러나지 않게 활동한 자원봉사자 한 분 한 분 모두 존경스럽다. 그 중 손에 꼽고 싶은 분은 명도성 자원봉사를 맡았던 임수정 씨다. 명도성은 단지 규모도 크고 한국인들도 많다. 한국 코로나가 심각해질 때 입국하는 교민들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는 것 조차 꺼려하던 때가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보안들을 직접 만나 마스크와 음식 등을 주면서 한국인들의 진입을 반대했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집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격리 교민들의 택배 물건과 식품 등을 일일이 집 현관 앞으로 배달하는 일도 거들었다. 명도성 1, 2기 주민들을 위한 단체방을 운영하면서 교민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줬던 분이다. 

또 한 분은 정인숙 씨다. 마스크 나눔 봉사할 때 거의 매일 한국상회에 나와 일을 도왔다. 마스크 분리, 포장, 배포, 기록 등 컴퓨터 엑셀작업 업무까지 선뜻 나서서 해준 분이다. 코로나19 감염 공포심이 컸던 당시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 초반 마스크  배포,  소독제 기부, 홍췐루 상가 임대료 협상 등 전반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상하이시, 민항구, 홍차오전 정부 등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 중국에서 중국인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교민들에게 중국 정부 기관과의 원활한 관계와 지원 등은 중요하다.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기관은 상하시정부 상무위원회다. 상무위 산하 각 처장들이 한국상회를 많이 도와줬다. 민관합동 비대위가 코트라와 함께 상하이시 상무위원회 지원을 얻어 3M 마스크 42만장을 한국기업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전세기 허가 지원에도 큰 도움이 됐다. 상하이시가 외국인 민간단체에 전세기를 허가해준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기도 하다. 전세기가 들어와서 격리해제까지는 민항국 방역판공실 소속 106명의 손이 닿는다. 이번 중추절에 그들을 포함 도움을 준 정부기관 관계자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민항 공안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상하이 교민사회가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의 존재감, 필요성, 중요성 등을 크게 느꼈다고 입을 모은다. 교민들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 앞으로 상해한국상회는 어떤 모습,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과거 한국상회를 멀찍이서 바라봤던 나 역시도 한국상회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교민들의 선입견 충분히 이해한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총영사관 등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을 하지만 한국상회와 같은 교민을 대표하는 민간단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현재는 코로나에 집중하고 있으나 앞으로 한국상회는 한국 기업과 교민을 위해서 다양한 일들을 시스템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들의 회비로 운영되지만 단지 회원사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하이 모든 한국인들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됐으면 한다. 상하이에 여행 온 한국 사람들조차도 챙기는, 상하이 전체 교민들을 위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총영사관 등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은 한국상회와 같은 민간기구가 해야 한다. 영역과 역할에 선을 긋기 보다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 리더십있는 사람들이 한인사회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한국상회에 긍정적인 사람들이 참여해서 맨파워가 커져 제한없이 다양한 일들을 하는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로 나아갔으면 한다.


코로나19 상황을 지나고 있는 교민들, 기업들, 자영업자들 모두 이제 생존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

교민 한 분 한 분이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갔으면 한다. 취업, 창업, 재도약의 기회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 마음은 스스로가 관리해야 한다. 마음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기 힘들다. 스스로 마음을 굳건히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그 마음에서 회복이 되고 발전이 되는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천국과 지옥은 자기 마음이 만든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가 아닌, 힘들 때 일수록, 위기일수록, 감사하는 마음, 희망의 마음을 가지면 잘 될 수 밖에 없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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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수 2

  • 아이콘
    uni 2020.10.12, 16:52:52
    수정 삭제

    정말 역사책에 나올법한 일을 현재에 실현해내신 분이군요

  • 아이콘
    상해교민 2020.10.29, 18:07:09
    수정 삭제

    한국상회 가입 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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