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 중국의 105세 장수노인이 백내장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한 기념으로 북한을 관광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천진일보(天津日報)는 지난 4일자에서 올해 5∼6월에 걸쳐 백내장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한 뒤 지난달 2∼6일 자신이 소망했던 북한 여행의 꿈을 이룬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출신의 량훙이(梁宏義) 노인의 사연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량 노인이 다시 시력을 되찾아 북한을 찾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42세에 부인과 사별했던 그는 계모가 딸을 학대하지 않을까 우려해 재혼도 하지 않고 독신의 몸으로 지난 60여 년 동안 농사일과 집안일을 혼자 돌보면서 외동딸을 양육했다.
수십 년 간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담배와 술을 멀리하며 담백한 음식으로 건강을 관리해왔던 량 노인은 100세가 넘어서도 매일 TV를 시청하고 노래를 부르며 독서와 신문읽기를 즐겨 랴오닝성의 장수노인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평온한 노년을 보내고 있던 4년 전 그는 시력을 잃게 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TV를 시청하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는 증상을 느꼈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아예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실명 상태에 빠지고 만 것이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본 결과 백내장이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고령이라는 이유로 선뜻 수술을 맡으려는 병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좌절감을 느끼고 탄식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량 노인에게 올해 초 뜻밖의 희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딸로부터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선양(瀋陽)의 한 안과병원에서 "이렇게 나이가 든 장수노인은 국가와 사회에 상서로운 인물"이라며 무료 수술을 자청했던 것.
지난 5월20일 왼쪽 눈 수술을 받은 량 노인은 6월8일 오른쪽 눈 수술까지 받고 양 눈의 시력을 되찾았다. 량 노인은 전 세계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던 환자 가운데 최고령이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은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중국 전역에 알려지기도 했다.
시력을 회복한 후 평소와 마찬가지로 매일 TV를 시청하고 압록강변을 산책했던 그는 젊은 시절 생활이 궁핍했을 때 북한에 소금을 팔러 들어갔던 일을 떠올리고는 북한이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어졌다. 이런 소망을 전해 들은 량 노인의 딸은 아버지에게 북한 여행을 선물로 안겨줬다.
10월2일 아침 마침내 그는 북한의 신의주로 향하는 열차에 노구를 실었다. 그가 신의주역에 도착하자 북한 측은 량 노인에게 특별히 전담 안내원까지 붙여주면서 중국에서 건너온 105세 장수노인을 각별히 배려했다.
량 노인은 신의주에 있는 김일성혁명사적관을 방문해 "김일성은 1912년생으로 나보다 11살이 어리다. 그가 창바이산(長白山.한국명 백두산)에서 항일유격 활동을 했을 때 나는 집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말해 주변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의주의 고성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미국의 폭격으로 지금은 유적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는 "우리 압록강대교도 미국의 비행기에 의해 여러 번 폭격을 당했다. 우리 중국과 조선(북한)의 군대가 결국은 그들을 무찔렀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평양을 방문해 평양제일백화점, 개선문, 조중우의탑 등을 둘러본 그는 10월6일 단둥으로 돌아온 다음날 딸에게 "어젯밤 150살까지 살면서 북조선 건국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하고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과 쯔진청(紫禁城) 성루에도 올라가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