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사업에 미칠 영향이 관심이다.
이번 결의안의 제재수위는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낮아져 남북경협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의안에 의해 설치되는 제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일단 이번 결의안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판단아래 제재위원회의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결의안 내용은 = 이번에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경제 제재 관련 조항은 당초 미국과 일본에서 제출했던 초안보다는 훨씬 제재 수위가 낮아졌다.
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기여한다고 인정된 개인과 단체의 해외 자금과 자산, 자원을 동결하고 WMD프로그램과 관련된 물자와 자원, 자금 등을 북한으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했다.
당초 초안에서는 북한의 위폐제작과 돈세탁, 마약 등 불법활동도 WMD 프로그램과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려 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빠졌고 북한의 WMD 프로그램과 불법행위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 금융 시스템의 악용(abuses)을 규제한다는 항목도 채택안에서는 삭제됐다.
대북 소식통은 "마약을 비롯한 불법활동과 관련된 북한의 활동은 미사일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으로 알려져 초안대로 채택됐다면 상황에 따라 적용 범위가 상상외로 넓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유엔 결의안은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채택된 대북 결의 1695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은 이번 결의안에 일반적 상거래를 제한한다는 부분은 없어 두 사업을 진행하는데 직접적인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제재위원회가 변수 = 하지만 이번 결의안이 1695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안보리 이사국으로 구성된 제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제재위원회의 가장 큰 임무는 각 회원국들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것으로, 모호한 부분이 적지않은 결의안을 실천 단계에서 보다 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결의안 채택 30일 이내에 조치 내용을 제재위원회에 통보해야 하며 제재위원회는 90일마다 이행조치 사항을 안보리에 보고하게 된다.
무엇보다 제재위원회는 WMD 프로그램에 관련된 개인과 단체를 판단, 제재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WMD 프로그램과 관련성이 없는 일반적 상거래라고 주장하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사업도 제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사업에는 북측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금강산관광사업에는 명승지종합개발회사가 각각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두 기관이 WMD 프로그램과 관련돼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감안하면 두 기관이 WMD 프로그램과 무관하다는 점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사업이 중대 기로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은 2004년 7.1 경제조치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다는 차원에서 개혁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군부에 알짜사업을 많이 맡기고 있다는 분석이어서 파장이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북한 모래 수입과 관련해 남측 기업들의 북측 계약 당사자가 인민무력부 산하의 무역상사라는 주장이 나왔듯 불똥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얘기다.
또한 당장은 괜찮을지라도 유엔 제재에 대해 북한이 강경반응을 보이며 추가로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일반적 상거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훨씬 강경한 새 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