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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상하이에서 추석 보내기

[2006-10-10, 01:00:08] 상하이저널
"내가 밤 속에, 깨 속을 준비 할 테니 집이는 콩 속을 준비하고 섭이네는 쌀가루를 미리 주문 좀 해줘요" 분위기를 장 띄우는 영이 엄마가 우리를 명절 무렵의 설레임으로 몰고 간다. 추석이 다가오니 이국 땅에서 외로움을 나누며 살던 동네 엄마들끼리 송편이라도 빚어 나누어 먹자는 것이다.

"아니 그러면 녹두도 미리 좀 많이 불리고, 고사리랑 숙주도 데치고, 김치 시어진 것도 죄 갖고 와서 송송 썰어 넣고 해서 녹두 빈대떡도 같이 만들지" 옆에 나이 지긋하신 맏언니가 거든다.
"애들 국경절 방학하기 전에 한갓지게 한 집에 모여 송편도 빗고 빈대떡도 부치고 해서 우리끼리라도 명절 기분 좀 내자구요."

한편으로는 아이들도 명절을 잘 모르는데 아이들도 함께 송편을 빚자느니, 그러면 판이 너무 커져서 그날 만든 송편이랑 빈대떡은 그날로 다 먹겠다니 하면서 엄마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친정아버님은 총각 때 혼자 월남하셔서 결혼 하시고 가정을 이루셔서 친가 쪽으로는 친척이 없다. 그래서 늘 명절 때마다 우리끼리만 쇠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님은 오랜기간 동안 고향을 많이 그리워하셨던 것 같다. 따라서 명절이 흥겹고 즐겁기보다는 때로는 우울하고 쓸쓸하고 가라앉는 집안 분위기였었다. 그러다 엄마가 자주 편찮아지시면서 명절을 맞이하는 것도 특별할 것 없이 어느새 그냥 그렇게 보내게 되었다.

시댁은 청주에서도 한참 들어간 깡촌이다. 올망졸망한 애들 데리고 바리바리 선물 챙겨서 고속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타며 명절마다 시댁에 내려갔던 기억이 새롭다. 시댁으로 접어드는 그 길목은 내가 참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코스모스 꽃길이다. 이때쯤이면 길 양 옆으로는 황금 들녘이 펼쳐지고 길가에 수없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만나게 된다. 도시의 삭막함에 묻혀있다 만나는 코스모스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저절로 터지는 탄성에 마음은 벌써 시댁의 풍성한 대청마루로 달려가고 아이들도 할아버지의 단감(아버님이 뒷산 감나무의 감을 따다 울쿼 놓으신 기가 막히게 맛있는 감)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대가족이 모이고 풍성한 음식을 나누는 시댁의 풍경은 참 푸근했고 내가 그 식구 중 한사람이라는 것이 뿌듯했다. 친척 없이 자라났던 어린 시절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이 사촌이니 당고모니 작은 할아버지니 하는 대가족에 싸여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어서 명절이나 휴가 때면 시댁을 찾고자 했다. 물론 며느리라 일도 많이 해야 하고 쉴 틈이 없지만 가끔 남편이 일을 빙자하여 불러내어서 살짝 둘이 산책도 다녀오곤 했던 즐거운 추억이 있다.

명절 끝이 되어 하나 둘 떠날 즈음이 되면 어머님 아버님은 당신들이 손수 농사 지으신 마늘이며 울쿼놓은 단감, 햇고추 가루와 송편, 부침이 등속을 가득 챙겨주셨다.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고 싶어 하시던 두 분이셨다. 어느 부모이든 다 그렇겠지만 유난히 정 많으시고 끝없이 우리를 기대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셨다.

이제는 두 분 다 계시지 않는 고즈넉한 명절을 맞이하면서 나에게 명절은 시댁이 있는 시골과 아버님 어머님의 속 깊으신 정이 같이 어우러진 영상으로 남아 있음을 발견한다. 이국 땅에 살면서 조금은 어렵겠지만 부모님의 명절을 시늉 내어 이웃과 송편이라도 나누어 먹어야겠다.

▷ 진선정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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