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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가을 단풍

[2017-10-25, 11:19:06] 상하이저널

평소에 내가 즐겨 시청하는 TV프로는 대부분 동물에 관한 것이지만 몇 가지 토크쇼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나와 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변해가거나 다른 것에 대한 소통(?)을 해소한다는 기분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중 한 프로가 '비정상 회담', 각국의 청년들이 나와 자기 나라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지난주에는 각국의 '단풍'을 소개 하는 시간이 있었다. 각 나라마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장관이고 향수의 계절, 서머타임이 끝나는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등등 이렇게 가을을 대하는 사람들도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우리나라의 '가을을 탄다'라는 말이 좋다는 걸 보면 대하는 마음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가을'하면 단풍을 떠올리지 않을 한국인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어디서나 머리만 들면 볼 수 있는 우리의 산은 울긋불긋 물들고 산마다 원색의 등산복을 차려 입고 단풍놀이 하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산은 온통 화려함의 극치를 달하곤 한다. 그곳에 살면서 그곳의 명소들을 못보고 지낸다는 말은 누구나 하듯이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이방인 그들이 섬진강을 따라 또는 지리산 내장산을 따라 단풍으로 물든 우리나라의 절경을 소개하는걸 보며 감탄하는 내 모습이 아이러니 했다. 하지만 나도 한국보다 이곳 중국의 명소들을 어쩌면 많은 중국인들 보다 더 다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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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남자 남편과 산골여자 나, 자연의 목마름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그, 늘 자연 속에서 아쉬운 게 없던 나, 그래서 감동이 없고 밋밋해 보인다는 나, 도시의 화려함이 항상 궁금했던 나, 얼마 전 남편이 한국엘 다녀왔다. 모처럼 가는 것이니 여기 저기 두루두루 전라도 부터 강원도까지 여행 좋아하는 남편은 혼자서 참 행복해 보였다. 속초의 푸른 바다 그리고 내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산. 어느 날 남편이 보내온 사진 속 산 풍경들을 보고 있자니 산꼭대기부터 조금씩 물들어 가는 단풍이 아직은 일러 화려함은 없지만 기대하고 기다리는 내 가슴은 살짝 뛰기 시작했다.


'아, 떠난 지 오래됐구나. 아무 설렘이 없던 산이 그립다. 어디를 봐도 단풍이 한창인 고향의 산에 안기고 싶다.'


그리고 내 마음은 어느새 그곳에 가 있었다. 창밖에 바람은 세차고 코끝에 스치는 기운은 차가운데 흔들리는 녹색의 나뭇잎들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진다. 무언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듯한 느낌은 아마도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겠지?


마르고 지고 떨어지는 가을은 어쩌면 희망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곱고 화려함으로 그것이 결코 절망은 아니고 마지막 조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아무리 100세 시대 라지만 몸은 그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생명이 시작되는 봄이 있었듯이 여름과 가을이 있고 또 겨울이 온다. 그리고 모든 것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소중한 의미가 있다. 마지막 까지 자신의 모든 것 을 조용히 불살라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평안을 주는 가을 단풍처럼 자만하지 않고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고 모든 순리를 따라 천천히 누가 바라봐도 낯설지 않고 곱게 순응하며 주어진 남은 길을 걸어가야겠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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