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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따뜻한 외면'의 저자 복효근 시인

[2017-01-08, 05:59:01] 상하이저널

‘나다움’ 깨트리기, 새로운 ‘나’ 찾기
<마늘 촛불>, <따뜻한 외면>의 저자 복효근 시인


 

 

 

‘복효근다움’


“나만의 시 세계를 구축하려 달려왔는데 이제 그 ‘나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요.”
지난해 일곱번째 시집 <운동장 편지>를 펴냈다. <운동장 편지>에는 중학교 국어교사로 청소년들과 함께 한 복효근 시인의 ‘온기’가 들어 있다. ‘복효근다움’이 배어있는 따뜻한 시들이다. 하지만 시인은 고민에 빠졌다. 이전 시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은 <마늘 촛볼>, <따뜻한 외면>에서 전해오는 온기, 생명과 사물들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그 동안 ‘잃어온 것’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시, 잔잔한 감동으로 엮어낸 ‘복효근다운’ 시를 사랑한다. 시인이 깨트리겠다는 ‘나다움’, 그리고 시인이 찾고자 하는 새로운 ‘나’는 무엇일까. 늘 푸르고 깊은 시를 쓰고자 했던 복효근 시인을 오는 13일 <책읽는 상하이>에서 만나 보자.

 

시인이 된 계기


연필과 크레파스가 주어졌을 때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법 재주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그림 그리며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그림을 그렸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시골아이가 큰 도시의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무렵 소농이었던 아버지의 노환으로 가정이 어려워 나는 힘들게 학교에 다니면서 그림을 더 이상 그릴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공부는 별로 재미가 없고 잘 하지도 못해 대신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지요. 시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소월, 육사, 청마, 미당, 김춘수, 만해, 이백, 두보, 김현승⋯⋯ 고 2 때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게 나에게 그림 대신 문학을 꿈꾸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 뒤 전국 단위로 공모하는 무슨 백일장에 입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로소 내가 시인이 되겠다는 어렴풋한 꿈을 가지게 된 계기였습니다.

 

청소년기에 맞는 시, 동시처럼 청소년시가 별도로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벗어나면 중학교부터 동시가 아닌 시를 배우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아이의 눈높이가 아닌 어른의 눈높이로 쓰인 시를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청소년 수준에 맞는 시가 더러 있기도 하지만 갑자기 시가 어려워집니다. 동시와 시의 간격이 너무 커집니다. 그 간극 앞에서 아이들은 주춤하게 됩니다.


많은 아이들은 시는 어려운 것,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스스로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게 됩니다. ‘청포도’를, ‘나룻배와 행인’을, ‘서시’를 배우고 있으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청소년은 자기 자신의 세계, 자신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지요. 시험을 잘 치르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으나 시를 좋아하게 만들지는 못하지요.


소위 청소년시가 대두하게 된 지점이 여기라고 봅니다. 동시와 시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고 이어주며 청소년 나름의 눈높이로 바라본 시가 필요해요. 청소년은 그들만의 언어가 있고 문화가 있고 그들만의 세계가 있어요. 어른이 되기 위한 전 단계로서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맞는 정서와 사유를 담은 시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문제의식이 청소년시를 쓰게 만들었어요. 아직은 많진 않지만 몇 출판사에서 청소년시집을 펴내고 있으며 앞으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복효근 시인의 작품 ‘뿔’


작년에 펴낸 저의 청소년 시집 가운데 애초에 제목으로 내걸고 싶었던 ‘뿔’이라는 시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뿔 달린 짐승들처럼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아니 우리 모두도 뿔이 하나 있었으면 해요. 아닌 것, 즉 부정과 불의를 향해 들이받을 줄 아는 뿔, 그리고 사슴의 뿔처럼 저 높은 곳을 향해 솟아있는 즉 이상을 지향하는 뿔. 가령 코뿔소 같은 짐승은 그 뿔이 손상되면 치명적이지요. 그래서 그 뿔을 지키는 일은 목숨을 지키는 일과 같아요. 목숨처럼 소중하게 지켜야 할 자존감 같은 것을 우리 청소년 들이 가졌으면 해요. 그래서 ‘뿔’이라는 시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시가 독자들로부터 사랑 받으려면


언젠가부터 우리 시단에 소통을 등한시하거나 소통을 거부하는 듯한 시들이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어려운 시들이 늘 있어왔지만 최근 미래파라는 이름을 얻은 일군의 시인들이 주목 받으면서 기성시인들도 그 흐름을 따르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독자가 없는 시는 그 생명이 길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생략과 압축의 방법을 쓰고 비유와 상징을 쓴다고 하지만 독자와의 소통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해요. 압축을 하든 생략을 하든 비유를 쓰든 상징을 쓰든 독자가 찬찬히 읽고 사색하면 그 의미가 다가오는 시 말이에요. 너무 엄숙하지 않고 재미도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잘 형상화하여 독자들에게 형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빚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쓰면서 깊은 의미를 담기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인들은 이러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믿습니다.

 

시인의 고민

 
나만의 시 세계를 구축하려 달려왔는데 이제 그 ‘나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다섯 번째 시집이나 일곱 번째 시집이 별반 다르지 않아요. 이 점이 고민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나다운 것을 깨트리고 새로운 나를 찾아야 한다는 점, 형식이든 내용이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낍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타성으로 굳어져 그만그만한 시를 쓰다가 말겠지요. 그런데 변화해서 보여줄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고민입니다.

 

고수미 기자 


책읽는 상하이 25강
복효근 시인 초청
'희망의 글쓰기, 푸르고 깊은 시'

 
복효근 시인은 2009년 <마늘촛불>, 2013년 <따뜻한 외면>, 2016년 <운동장 편지> 등 7권의 시집을 펴냈다. 시인의 작품은 ‘안개꽃(교학사 중학교 국어)’, ‘버팀목에 대하여(창비 문학)’, ‘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비상문학)’ 등이 교과서에 수록됐다. 지금은 섬진강에서 멀지 않은 지리산 아래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1월 13일(금) 오후 7시
•윤아르떼(宜山路2016号合川大厦3楼F室(허촨루역 1번출구))
www.shanghai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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