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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양옥에 얽힌 이야기(2)> 어린 소녀의 꿈을 담은 말러별장

[2006-08-15, 11:58:26] 상하이저널
옌안중루(延安中路)와 산시난루(陕西南路)가 만나는 곳에 하늘을 찌를 듯이 뾰족한 지붕을 떠인 유럽풍의 화원별장이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건물은 말러별장으로, 설계에서 건축에 이르기까지 장장 10년이란 시간을 들여 1936년에 완공되었으며 크고 작은 방이 106개나 된다.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궁전을 연상시키는 말러별장은 영국계 유태인인 에릭 말러가 어린 딸의 꿈을 현실로 재현시켜 준 것이라 전해진다. 비록 이것이 사실로 입증된 바는 없으나, 어린 소녀가 도화지에 옮긴 아름다운 꿈을 현실 속에서 선물해 주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으로 탄생된 양옥이라 해야 할 것이다.

말러가족과 상하이의 인연은 1859년 에릭 말러의 아버지인 닐스 말러가 상하이에서 해상운송 대리업을 하면서 시작된다. 1913년 에릭 말러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회사를 운영하면서부터 선박 제조, 선박 수리, 수입 대리와 운송업 등으로 사업이 크게 확장되었고 따라서 에릭 말러는 큰 부를 쌓게 된다. 선박의 정기적인 보수를 위해 그는 또 상하이에 말러기계조선유한공사를 설립하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상하이 동자오선박(东造船厂)의 전신이다.

에릭 말러는 일찍 밑천이 변변치 못한 모험가에 불과했으나 뛰어난 경주마 1필로 인해 적잖은 돈을 벌게 되며 그것이 사업확장의 밑바탕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 바로 화원 가운데에 자리잡은 말의 동상이다.
말러별장은 유럽식과 중국식 특색이 어우러진 양옥으로, 대문 옆에 돌 사자 한 쌍이 놓여 있는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중국 문화와 운치를 엿볼 수 있다.

말러별장은 거대한 호화 유람선을 본 뜬 내부구조를 갖고 있으며 곳곳에 바다의 정경을 묘사한 도안과 키, 닻, 해초, 파도, 해상일출, 등대 등을 조각한 목조품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바닥에는 해초, 미역 등 도안으로 장식돼 있다. 본관의 실내 벽면에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안이 조각되어 있고 천정에 장착된 채색 유리는 햇빛아래 알록달록 환상적인 무늬를 그려낸다.
본관건물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화원은 채색무늬타일을 바닥에 깔고 귀중한 화초와 나무를 심었으며 실내에서 꽃구경을 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 안에는 난방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 끝에 완공된 별장에서 말러일가가 보낸 시간은 스쳐가는 바람과도 같은 짧은 순간이었다. 1941년 일본이 조계지로 쳐들어오면서 말러일가는 수용소로 쫓겨갔고 별장은 일본군인 클럽으로 강점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국민당정부의 특무기관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1949년이후 중국공청단(共青团)위원회 사무실로도 사용되다가 2001년 호텔로 탈바꿈하고 명칭을 헝산마러비에수판디엔(衡山马勒别墅饭店)이라 했다.
한 소녀의 아름다운 꿈을 담아 세상에 태어나게 된 말러별장, 온갖 세월의 풍상과 시련 속에서도 아름다운 동화를 그대로 간직한 말러별장으로 오늘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박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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