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20년전 육아일기

[2015-02-15, 23:01:58] 상하이저널

올해로 22살이 된 딸 아이 어릴 적 육아일기를 오랜만에 꺼내보았다. 태어나기 얼마 전부터 쓰기 시작해서 초등 3학년 무렵까지 썼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쓰면서 아이가 새롭게 하는 행동이나 어눌한 말들을 기록해놓아서 지금 읽어보면 정말 이럴 때가 있었나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함께 했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하이로 와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 성장기에 아빠와 남편의 부재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해져야만 했던 탓인가 남편과 함께 누렸던 그 시간들을 다 잊어버렸던 것 같다. 이제는 품을 떠난 딸이 그리운 마음에 펴든 육아일기에서 딸아이와 함께 아빠로 성장하고 있는 남편의 흔적을 재발견한 기쁨이 크다.


기억력이 쇠퇴해서 시간의 흐름이 빠른 것처럼 여겨진다고 했던가, 어느 새 중년의 중반 턱에서 의연한 것처럼 지내다가도 왠지 우울해지고 일상이 자꾸 귀찮아지고 남편도 성가시게 느껴지는 요즘인데 20년 전 썼던 일상을 읽으면서 우리가 함께 가꿔 온 가정과 아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하다는 생각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두살 배기 딸에게 주는 메시지로는 너무 이른 감이 있었지만(^^) 386 컴퓨터 마우스로 그렸던 비트맵 그림이 정겨워 나누고 싶다.   

 

내가 어른이 되면

 

내가 어른이 되면
농부가 될테야
소중한 땅을 가꾸고 심고 거두어
진실한 땀의 열매를 지을테야

 

내가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을 교실로 만들겠어
강요하고 암기시키는 그런 교실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함께 가르쳐 주는 교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는 교실
남을 밟고 올라서는 방법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교실
그런 선생님이 될테야

 

내가 어른이 되면
대장장이가 되겠어
총을 모두어 호미를 만들고 탱크를 녹여서 쟁기를 만들겠어
그래서 마침내
힘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고
사랑이 세상을 다스리는
그런 나라를 만들테야

 

그때는 우리 모두
어깨 마주 걸고
노래하며 기뻐 춤을 추겠지
더 이상 자유를,
민주를, 평화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이 되겠지
내가 어른이 되면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중국의 코스트코 샘스클럽 Sam’s Club hot 2015.05.10
    중국의 코스트코(Costco) 창고형 매장의 원조 샘스클럽 Sam’s Club 浦东의 회원제 창고형매장 山姆会员商店       샘스클..
  • 미술용품 전문매장 上海文化商厦 hot 2015.02.21
    KBS 특별기획 '슈퍼차이나'에서 보듯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하나의 중요한 소비주체가 되었다. 그런 중국에서 상..
  • 영어공부 어떻게 하니? hot 2015.02.21
    영어공부, 어떻게 하니?21세기를 흔히들 ‘정보화 시대’라고 부른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현명한 선택과 수용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 중국을 읽는 한국인의 촉(觸), 한국의 눈물 hot 2015.02.21
    [전병서칼럼] 중국은 왜 한국의 드라마, K-Pop, 패션, 화장품, 초코파이, 바나나우유에 열광할까? 지금 12.8억명의 모바일 인구를 가진 중국은 손바닥 안에..
  • 화려한 꽃잎 ‘상하이동방예술중심(上海东方艺术中心)’ hot 2015.02.14
    [상하이 건축물 탐방 ①]상하이 문화예술 공연의 메카화려한 꽃잎 ‘상하이동방예술중심(上海东方艺术中心)’ •설계: 폴 앤드류(PAUL ANDREU)•총 건축비: 1..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상하이 도심에 등장한 ‘주견장(停狗处..
  2. ‘13년 만에 손잡았다’, 징동닷컴-..
  3. 여권 · 수험증에 ‘이 사진’ 사용..
  4. '한지의 거장' 이진우, 바오롱미술관..
  5. “테슬라 비켜!” 비야디의 첫 추월…..
  6. 비야디, 직원 수 90만 명…중국 자..
  7. 中 3개 분기 혼인 등록 94만 쌍↓..
  8. 中 증권사 ‘공룡’ 탄생, 궈타이·하..
  9. 中 외교부, 트럼프 당선에 “대미정책..
  10.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경제

  1. ‘13년 만에 손잡았다’, 징동닷컴-..
  2. “테슬라 비켜!” 비야디의 첫 추월…..
  3. 비야디, 직원 수 90만 명…중국 자..
  4. 中 3개 분기 혼인 등록 94만 쌍↓..
  5. 中 증권사 ‘공룡’ 탄생, 궈타이·하..
  6. 中 외교부, 트럼프 당선에 “대미정책..
  7. 中 샤오펑, AI 휴머노이드 로봇 '..
  8. 즈푸바오, 일본 PayPay에서 즉시..
  9. 7회 상하이 수입 박람회 폐막, 거래..
  10. 트럼프 귀환, 美中관계 미치는 영향은..

사회

  1. 상하이 도심에 등장한 ‘주견장(停狗处..
  2. 여권 · 수험증에 ‘이 사진’ 사용..
  3. 홍차오-쑤저우남역까지 20분, 후쑤후..
  4. 中 학부모들 앞다투어 구매하는 '공부..
  5. 중국, 내년부터 춘절, 노동절 공휴일..
  6. 김종대 전 국회의원 11월 16일 상..
  7. 상하이 남성, HPV 치료에 전 재산..

문화

  1. '한지의 거장' 이진우, 바오롱미술관..
  2. 韩日 현대 예술가 3인3색 ‘백일몽..
  3. 찬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상하이 가..
  4. 오스트리아 빈 '한국 청년 아트페어'..
  5. 7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역대 최대 규..

오피니언

  1.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딸라..
  2. [허스토리 in 상하이]시월의 메시지

프리미엄광고

ad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