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하다고 믿고 맡긴 은행통장에서 내 돈이 감쪽같이 사라진다면?
되지도 않을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실제 중국에서 은행예금이 미스터리하게 사라지는 일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에서 수만위안, 많게는 1억위안이 계좌에서 증발해버리는 황당한 일들은 쑤저우, 창춘, 후허하오터, 난징 등 많은 지역에서 자주 발생되고 있다고 신화망(新华网) 등 중국언론들이 보도했다.
지난 12월 쑤저우중급인민법원은 예금주 선(沈) 모씨가 중국은행 쑤저우지점의 영업소 2군데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2013년 선 모씨가 중국은행에 예치한 억대 예금이 수회에 걸쳐 생면부지의 한 여성의 계좌로 이체됐던 것이다.
선 모씨는 “2013년~2014년 1월까지 세 번에 걸쳐 1억 위안이 되는 돈을 은행에 예치했는데 작년 7월에 돈을 찾으려고 보니 계좌에 100위안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 당시 몽둥이에 머리를 세게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하는 선 모씨는 “은행 내부인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선 모씨의 자금이 이체된 계좌 주인은 올해 3월 사기 및 불법융자 혐의로 항저우경찰에 검거된 상태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내부 관계자가) 고객의 예금을 사금융 쪽으로 빼돌렸다가 자금줄이 결렬되는 바람에 자금이 미처 회수하지 못해 발생되는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복합 관리감독 체계가 운영되는 은행의 특성상 이 같은 사건은 은행 접수창구의 일반직원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해당 은행영업소 관계자 몇 명이 경찰에 구속된 상태다.
한편 이날 법원에는 선 모씨와 비슷한 사건 피해자들인 류 씨와 장 씨도 참석했다. 류 씨의 은행예금 200만위안은 예치한 29분만에 어디론가 빠져나갔고, 장 씨의 돈 500만 위안도 같은 방식으로 증발했다. 그러나 은행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해석도 내놓지 않고 있다.
선 모씨 같은 경우 금액이 큰데다 은행관계자가 용의선상에 올랐기 때문에 재판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금액이 수천에서 수십만위안에 달하는 사건들은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돈을 되돌려받기 여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하이(珠海)에서도 카드 안의 돈이 수십차례에 걸쳐 ‘이체’거나 ‘충전’, ‘소비’ 등 명목으로 12만위안이나 빠져나간 일이 발생했다.
리 모씨가 농업은행에 예치한 12만 위안이 이 같은 방식으로 3일내에 증발해버렸다. 리 모씨는 카드를 잃어버린 적도, 비밀번호를 누설한 적도 없으며 거래가 발생했음에도 은행의 알림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은행카드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였다. 그러다 작년 11월 에스크로 플랫폼으로부터 ‘은행카드 거래가 비정상적’이라는 통보를 받고 리 모씨는 곧바로 자신의 은행계좌 거래내역을 조회해봤다.
자신은 작년에 200원을 인출한 것 외에는 거의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내역서에는 각종 명목으로 수십차례에 걸쳐 돈이 빠져나간 기록이 있었다. 통장잔고에 변화가 생기면 은행에서 알림메시지를 받아보도록 하는 기능을 오픈했는데도 리 모씨는 단 한번도 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리 모씨는 “은행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믿을만 한데가 없다”고 탄식했다.
장춘에 사는 장 모씨도 은행통장에 있던 23만위안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2014년 11월 4일 장 씨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IC카드에 전 재산인 23만위안을 예치했다. 2주 후 은행에서 인터넷뱅킹을 오픈하고 시험적으로 이체를 한번 해보고 나서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다.
12월 2일 삼촌이 수술비가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돈을 송금하려고 컴퓨터를 켠 장 씨는 식겁을 했다. 계좌에 있어야 할 23만위안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거래내역을 조회해보니 11월24일부터 12월 1일 사이 수회에 걸쳐 돈이 어디론가 이체되고 달랑 0.21위안 잔고만 남아있었다.
장씨도, 카드도 장춘을 떠난 적이 없었는데 돈이 사용된 지점은 미스터리하게도 광동성이었다.
급하게 은행을 찾은 장씨는 은행 관계자로부터 “아무런 해석도 해줄 수 없다”는 애매한 대답만 들었다.
장씨는 경찰신고 후 ‘소비’ 명목으로 베이징의 한 회사에 입금된 500위안만 돌려 받았을 뿐 나머지 20여만위안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윤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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