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체육관서 단체응원…일부 직장인 휴가 내기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의 첫 경기가 열린 18일 많은 교민이 거주하는 중국과 대만의 대도시 곳곳에서는 새벽부터 '오∼필승 코리아'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한국교민들이 밀집한 베이징의 한국국제학교에는 이른 새벽부터 300여 명의 초·중·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내 체육관에 집결해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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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한국국제학교에서 초·중·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이날 경기는 베이징 현지시간으로 새벽 시간대인 오전 6시 시작됐다.
경기시작 30분 전인 오전 5시30분께부터 본격적으로 체육관에 '진'을 치기 시작한 학생들과 교사들은 태극기와 붉은악마 티셔츠, 막대풍선, 북과 꽹과리 등 각종 응원도구로 철저히 무장한 채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목청껏 외쳤다.
이들은 우리 선수들이 공을 몰고 상대 진영을 빠르게 파고들 때나 골키퍼가 러시아 선수들의 날카로운 슛을 막아낼 때마다 어김없이 환성을 내질렀다.
특히 후반 들어 이근호 선수의 선제골이 터지자 얼싸안고 환호성을 터트렸다.
우리 대표팀이 6분 만에 러시아 측에 동점골을 허용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지만, 곧 큰 소리로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대표팀을 더욱 힘차게 응원했다.
큰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응원전에 참가한 이지현(16) 양은 "오전 4시30분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나기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우리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베이징 한국국제학교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형성된 한국의 길거리 응원 문화를 학생들이 간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월드컵,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상하이(上海)의 한인 밀집지역 식당가에서도 소규모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날 상하이시 민항(閔行)구 훙취안(虹泉)로에 있는 24시간 음식점인 '마포옥'에서 손님 50여명이 자발적인 응원전을 벌였다.
출근 전에 식당을 찾은 한인들은 식사하면서 한국의 러시아전 경기를 응원했으며 선취골이 터지자 식당 측은 일부 음료수와 맥주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는 대한체육회 선양지회가 주축이 돼 선양의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인 시타(西塔)거리의 태권도장 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교민과 유학생 등 60여 명이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홍콩에서는 한인회 사무실에 한인회 임원과 교민들이 모여서 함께 응원을 펼쳤다. 한 홍콩 교민은 "우리 골이 터진 뒤 바로 러시아가 동점골을 넣어 너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대규모 단체응원은 없었지만 타이베이(臺北)와 타이중(臺中), 가오슝(高雄) 등 주요 도시에서 교민들이 가족 단위로 긴장 속에 러시아전을 지켜보며 응원전을 폈다.
이날 베이징 등에 거주하는 일부 직장인들은 경기 시청을 위해 휴가를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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