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신철강 비롯 민간업체 퇴출 이어질듯
中 정부 의도적 디폴트..철강수급 '긍정적'
체력다진 中 철강업체, 중장기적으론 '위협'
전세계 철강가격 하락의 진원지인 중국이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쐈다. 공급과잉으로 신음하는 국내 철강업계에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1일 보고서를 내고 "중국 하이신 철강이 파산에 직면했듯 경쟁력이 취약한 민간 철강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이신철강은 중국 산시성 최대 민간 철강업체로 최근 30억위안(약 5000억원) 규모의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연간 조강생산량은 600만톤으로 한국의 동부제철과 비슷한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다. 중국내 공급과잉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업구조도 건축자재에 주로 사용되는 봉형강류와 같은 저수익 제품에 집중돼 철강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S&P에 따르면 하이신철강과 같은 중국의 민간 철강업체가 중국내 철강공급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생산설비 노후화와 주력 제품의 저수익성 등으로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변화도 경쟁력 없는 철강업체의 도태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의 기업파산은 중국 정부가 용인한 의도적 디폴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간 중국 정부는 각종 금융 지원정책을 동원해 수익성 악화를 겪는 한계기업의 파산을 막아왔다. 그러나 2012년 공급과잉을 겪는 철강, 조선, 태양광 등 9개 산업의 구조조정 정책을 발표한 뒤 이 같은 정책기조가 바뀌었다. 하이신철강의 디폴트도 중국 정부의 통제 하에 이뤄진 질서있는 퇴각이라는 것이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신 철강의 파산은 중국 정부의 철강업의 구조조정 의사를 재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철강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 뉴스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철강업체의 퇴출이 시작되면서 공급과잉 우려에 시달리던 중국 내 대형 국유 철강회사들은 한숨을 돌렸다. 아시아권 철강업체들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중국의 철강수출은 지난해 20% 이상 증가했고, 이 가운데 상당량은 하이신 철강과 같은 중국내 민간 철강회사들이 주도했다.
S&P는 구체적으로 한국의 포스코와 일본의 니폰 스틸 스미토모 메탈(Nippon Steel & Sumitomo Metal Corp)이 앞으로 2년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대형 국유 철강업체들이 연구개발과 품질개선으로 선두업체와 간극을 좁히고 있는 게 변수다. 특히 중국 내 자동차용 판재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 중인 바오스틸의 경우 국내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했다.
한상윤 S&P 이사는 "중국 내 철강산업 재편이 가속화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대형 국유 철강업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며 "중국 철강업체들은 특히 고장력 자동차 강판과 에너지 관련 철강제품과 같은 고수익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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