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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엄마와 순대

[2013-08-28, 10:28:34] 상하이저널

“너 알고 있었어? 엄마가 순대 먹을 때 간이나 허파 좋아하는 거!”

“정말? 나 어릴 때 순대 먹었다고 엄마한테 맞았었어!!!”

동생과 나의 통화내용이다. 우리의 화제는 70대 호호 할머니, 울 엄마 뒷담화이다. 영화 식스센스 이후의 최대반전이라며 엄마 뒷담화로 신나하고 있다.

어릴 적 꺼내 본 엄마의 앨범 속, 여고생 엄마는 정말 소공녀 스타일이었다. 귀 뒤로 단정히 넘긴 단발머리에 크고 얌전한 눈이 인상적인 엄마의 앨범엔 노랑 은행잎도 있었고 곱게 수놓은 손수건도 있었다. 늘 단정하게 앉아 책을 펼쳐든,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 있던 ‘독서하는 소녀상’은 엄마의 앨범 타이틀 같았다.
 
딸 셋을 키우며 특히 먹는 거, 입는 거, 말하는 것에 잔소리와 단속이 심했던 울 엄마. 그래서 족발이라든가 닭발, 육회, 순대, 곱창 이런 건 커서 내 의지로 먹어보기 시작했지 엄마가 사주시거나 만들어주셔서 먹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학교 앞 분식집에서 처음으로 양껏 먹어본 순대. 숨어서 먹어버릇해선지 순대는 중국에서 가장 먹고 싶은 나의 대표 ‘소울 푸드’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 오면 뭐가 젤로 먹고 싶냐는 엄마의 말씀에 ‘순대’라고 용기 내어 말한 것도 몇 년 안되는데 기절초풍하게 놀라는 일이 있었다.

“아줌마~ 순대 만원어치 주세요. 순대로만요”하시더니 “간도 주고 허파랑 염통, 귀도 넣어주세요” 엄마의 우아한 입술에서 나오는 간 허파 염통 귀라니!!!

“난 순대는 안 먹어 이런 게 맛있지”라며 맛있게 소금 찍어 드시는 엄마.

국제전화로 두 딸은 서로 확인한 엄마의 미스터리 스릴러 서스펜스한 모습을 일러바치면서 짜릿한 엄마의 모습이 새로웠다. “이거보다 더 크면 못써”라며 딸내미 몸에 맞지도 않는 사이즈의 옷을 사주시고(옷장엔 편하게 못 입어본 옷도 많다), 1년에 한번 만나는 딸을 시집 보낼 때를 기준으로 화장이며 머리며 옷차림새를 살펴보신다. 이제 무서울 게 없는 나이인데 엄마의 눈빛에는 여전히 긴장하게 되고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여전히 까만 머리카락에 하나씩 숨어있는 흰머리를 뽑는 엄마 안 닮고 누굴 닮았는지 한 달에 한번 염색을 하면서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게 엄마 덕분이고 잠자리에서 간신히 세수만 하고 그냥 눕고 싶다가도 아이크림 챙겨 바르게 되는 것도 엄마의 감시 덕분이다.

당연하게 받았던 엄마의 관심과 사랑.

세상 최고로 사랑스런 여자라 칭해주던 남편도, 하늘땅만큼 엄마가 좋다는 딸들도 세월 앞의 내 모습을 ‘자연스럽다’고만 한다. 유일하게 딱 한사람!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모습이 원래의 네 모습이라고, 늘 그렇게 예쁘게 하고 살라고 말씀하신다.

2013년도 절반이 지나서인가. 결혼 전 거울 앞에 선 내게 엄마가 해주셨던 칭찬들이 하나둘 그리워지고 있다. ‘머리칼이 어쩜 이리 검니~ 눈도 참 크고 맑다~ 손가락도 참 길다~ 뭘 입어도 세련되고 예쁘다~ 넌 늘 좋은 것만 원하잖아~’
엄마 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거울을 얼마나 들여다봐야, 거울을 얼마나 닦아야 엄마가 말씀하시던 내가 보이게 될까?
 

전체의견 수 1

  • 아이콘
    closer 2013.08.28, 10:48:46

    보고나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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