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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밥걱정

[2013-07-11, 17:11:02] 상하이저널
찜통 같은 더위가 시작되면서,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숨이 차고 힘겹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딛는 발걸음이 천근 만근.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자꾸 뒤쳐진다. 복도에서 내다보이는 운동장의 햇살이 오늘도? 역시 38℃를 뽐내고 있는 듯하여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상하이가 7월의 시작과 더불어 온 대지가 뜨겁게 달궈져 가고 있다.

작은 아이가 방학에 접어든 지가 벌써 3주가 되어가고 있다. 엄마 출근 시간에 맞춰 억지로 아침을 먹이는 일은 진작에 그만둬 버렸다. 아침부터 밥 한끼 가지고 단잠을 깨운다고 성질부리는 걸 참고 견디기도 힘들고, 또 그것 때문에 아침 출근 길 부터 승산없는 일에 힘 빼는 것 같아서 아이가 즐겨먹는 베이컨말이를 식탁 위에 차려놓고서 아이에 대한 엄마의 아침식사 책임을 다한 양, 현관문을 나선다. 그래도 점심시간이 되면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다. 점심이라도 챙겨먹어야 될텐데….
 
7학년이면 다 컸는데 뭘 신경쓰냐고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 않다. 식탁 위에 두고 온 돈으로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건지 궁금한데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라 대답도 시큰둥하다. 오히려 왜 자꾸 카톡하고 문자보내느냐는 짜증섞인 반응만 되돌아 올 뿐이다. 관심으로 시작된 대화가 서로에게 폭탄이 될까봐 더 이상 묻기를 그만둬버린다. 왜 엄마만, 엄마 마음과 자식 마음이 같을 거라 착각하고 사는 건지…. 외사랑?

퇴근길에 고민고민, 온 머릿 속을 쥐어짜봐도 창 밖의 열기에 밥상의 그림도 하얀 햇살 속으로 녹아버리고 만다.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인데도 햇살의 기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6시반에 학원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부리나케 찬거리를 사서 집으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을 사이도 없이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준비를 시작한다. 거의 50분여만에 차려진 저녁상은 사실상 별로 먹을게 없다. 엄마랑 처음 같이 하는 하루 한끼라 신경써서 잘해주고 싶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찬거리를 사느라 돈도 제법 들였는데 상에 올려놓고 보니 눈길을 끄는 입맛을 자극하는게 하나도 없다. 날이면 날마다 상위에서 만나는 그 반찬들 뿐이다.
 
아이도 투덜거린다. 이럴거면 차라리 찬거리 살 돈으로 시켜먹지… 콕~ 쥐어박고 싶다. 1시간여간의 노동의 댓가가 허무하게 내려앉는 순간이다. 내가 먹어봐도 그다지 맛있진 않다. 그래도 고집한다. 그래도 집밥이 좋은거야. 조미료도 안쓰잖아. 그래도 엄마가 정성으로 만든 건데 먹으라고. 엄마가 너한테 밥해줄 날이 그렇게 많진 않아, 너랑 밥상에 같이 않아 있을 시간도 많지 않을거야, 아이는 갑자기 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가하고 두 눈이 둥그래진다.
 
대학가서 엄마랑 떨어져 살게 되면 실컷 사 먹어라, 막상 그 때가 되면 엄마의 밥상이 그리울걸, 소귀에 경읽기로 혼자 떠들어 댄다. 누나하고 아빤,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그립다는데 넌 호강에 겨워서 투정만 해대고, 지금도 누나는 시간만 나면 집에 올려고 하는데, 밥 해결해 주는 사람이 제일 고맙다면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었다. 처음엔 친구들과 학교내 카페테리아에서, 그리곤 조금씩 학교 앞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골라 사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조금씩 조금씩 집밥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집이 서울인 과친구들은 도시락을 싸오기 시작했고, 그걸 바라보는 우리 지방출신들은 부러움의 눈길로 몰래몰래 침을 꼴깍 삼키곤 했었다.

학교식당에서 점심 급식판을 들면서, 방학시기가 맞지 않아 오늘도 혼자 점심을 시켜먹고 있을 아이생각에 잠깐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 벌써 3주, 아이도 배달 시켜먹는 음식이 조금은 지겨워지지 않았을까… 오늘 저녁상 앞에선 “그래도 엄마 밥이 나은 것 같애…”라고 하지 않을까…

 나의 외사랑에 오늘 퇴근길도 저녁 밥상찬거리로 머리가 무거워질거같다.
▷아침햇살(sha_b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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