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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아 다르고 어 다르다

[2007-11-13, 10:47:28] 상하이저널
우리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이는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서, 말은 한 글자가 바뀔 때마다 그에 담긴 뜻이 크게 달라진다. 이것이 우리말에서만 있는 일은 분명 아니다. 중국어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와서 중국어로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졌다. 밤마다 그날 한 일을 떠올리면서 짧게나마 짧은 중국어로 일기를 쓴다. 그러고 난 후 그 다음날 교포언니에게 검사를 맡는다. 어느 날 일기에 '한참이나 수다를 떨었다' 라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전자사전에 의지한 채 '唠叨' 라고 적었으나, 언니는 그 말은 바가지 긁다 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며, 중국인들은 그보다는 '聊' 라는 단어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하였다. 웃지 못 할 해프닝은 또 있었다.

중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와 길을 지나가다가 밤을 사먹은 적이 있었다. 길을 걸어가다 우린 출출한 터라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 후, 밤 파는 곳으로 달려갔다. 짧은 중국어로 밤을 달라고 말한 뒤 우린 아저씨께 '多少钱? ' 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아저씨가 `四块'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중국이 물가가 싸다고 하지만 밤을 그렇게 많이 담아주면서 단돈 `四块'이라니! 우리는 의구심이 들어 계속 '四块' 맞냐고 아저씨에게 몇 번이나 물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계속 `뚜이' 라면서 계속 '四快' 라고 했다. 친구와 나는 웃으면서 "야 우리 봉 잡았다. 밤 자주 사먹자!ㅋㅋ''고하면서 지갑에서 동전 4개를 꺼내어 아저씨께 드렸다. 그러자 아저씨의 표정이 굳어지며 상해말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에게 또 '팅부동' 상황이 들이닥친 것이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밤이 '四块'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혹시 '十块' 이냐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맞다 하신다. 중국인들의 발음에 넘어간 것이다.
친구와 나는 툴툴대면서 처음부터 '十块' 라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四快'이라고 알아들었다가 '十块' 라니까 뭔가 당한 기분이라며 다시는 안 사먹을 거라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밤을 먹으며 걸어가면서 우리는 발음과 성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있다.

중국어의 성조를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ma' 라는 발음 또한 성조에 따라 각기 다른 단어의 뜻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중국에 오기 전 중국어를 배우면서 발음과 성조 수업만 두 달 가까이 배웠다. 학교나 학원 선생님들께서 중국인들은 성조 하나 틀려도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못 알아 듣는다고 하셨다. 중국어에 있어서 발음과 성조가 생명이라고 하시면서 왜 그렇게 오랫동안 가르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어느 나라 어느 상황에서든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계속해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으로서, 중국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발음과 성조를 주의해서 배워야겠다. 밤 아저씨처럼 상대방을 혼동시킬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하니까...^-^

▷차태현(wlswb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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