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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친구(朋友)

[2017-09-14, 18:05:31] 상하이저널

얼마전 자주 나타나지는 않지만 한번 출몰하면 땅속 깊은곳까지 끌고 내려가는 그분이 찾아와 두문불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친한 언니 동생들에 의해 구출되어 제자리로 돌아왔던 적이 있다. 그분이 찾아 온 이유가 궁금할만도 한데 정말 쿨한 그녀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마음을 울릴 몇마디의 위로와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보듬어 주었다. 그녀들이 보내준 생각지도 못했던 위로와 격려,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자기 생활이 있고 챙겨야 할 가족들이 있음에도 시간을 내서 연락해주고 밖으로 불러내서 맛있는거 사먹이면서 기운내라고 얘기해주는 한사람 한사람이 너무나 고마웠다.


친구가 전부 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요즘 나의 아이들을 통해 다시 만나고 있다. 큰아이는 조금 예민한 면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번씩 잠결에 일어나 불안을 호소 할 때가 있다.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하고 밤에 깨서 울면서 돌아다니는 아이를 진정시키고 놀란 마음에 며칠밤을 꼴딱 세웠었다.

 

병원에 가서 크고 작은 검사도 많이 했는데 검사결과는 이상없음. 오히려 모든 수치가 너무 좋아 병원에서는 "걱정하지 말아라" "잘 자라고 있다" 는 얘기만을 반복할 뿐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부모로서 해답을 줄 수 없었던 답답한 시간을 보내면서 찾아낸 결론은 우리 아이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야경증은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방어기제라고 한다. 원인을 찾아 풀어주고 지칠때까지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게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아졌다.

 

마음을 읽어주고 다독여 준 것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친구들과 해가 질 때까지 즐겁게 뛰어놀면서 스트레스를 방출하고 행복한 기운을 흡수했던 효과가 더 컸던 것같다. 요즘도 시간을 쪼개서 친구들과 뛰어 노는 아이를 보면 너무 놀기만 하는 것같아 걱정스럽다가도 세상 편안한 얼굴로 꿀잠에 빠진 모습을 보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싶어 조금한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여전히 한번씩 깨서 불안을 호소 할 때도 있지만 담아뒀던 얘기를 꺼내 놓는 귀중한 시간으로 여기고 잘 다독이고 있다. 아이에겐 어떤 명의보다도 훌륭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사귀기가 더 어려워지고 기존의 인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불혹은 이미 지나갔고 하늘의 뜻을 알아 성인의 반열에 들어간다는 지천명을 앞두고 있지만 사고의 폭이나 시야는 왠지 점점 더 편협해지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부부생활도 곧 20년을 바라본다. 문득 그동안의 시간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는 삶의 진리를 깨우치는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는 눈빛만 봐도 원하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절친이 되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한건 아니었다.

 

상대를 변화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에 불탔던 신혼, 몇번의 권태기를 지나 오늘에 와서 내린 결론은 모든 관계는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배려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친구를 통해 위로받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이 사실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먼저 본인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그리고 그 속에서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원해본다.

 

보리수(nasamo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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