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를 위하여

[2024-09-14, 07:53:49] 상하이저널
[사진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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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깨가 심상치 않다. 정확히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옷을 입고 벗고 할 때마다 오른쪽 팔의 움직임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파스를 붙이면 낫겠거니 했다. 어느 날 밤에는 자다가 뒤척이던 중 갑자기 어깨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다시 파스를 붙이면 낫겠거니 했다. 스트레칭을 하라는 지인들의 말에 따라 틈틈이 팔 운동을 하고, 파스를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몇 개월을 보냈다. 한국에 머물면서 지척에 있는 정형외과를 가볼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했지만, 생각에 그쳤다. 베인 상처가 저절로 아물듯이, 조금만 더 견디다 보면 자연히 나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우리 집 식단이 바뀌었다. 먹는 사람도 밥상 차리는 사람도 고기반찬이 있어야 했던 식탁에서 제철 채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환절기마다 감기를 앓던 나와 달리 남편은 잔병치레도 없는 기본 체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건강 이상 진단을 받았고, 당장 할 수 있는 식단 개선과 운동을 시작했다.
남편은 불고기를 먹어도 양파와 당근, 파 등은 슬쩍 옆으로 제쳐두고 고기만 집어 먹는 얄미운 육식파였다. 상추랑 같이 싸 먹으라고 하면 못 이기듯 한두 장 정도 먹는 것이 다였다. 나물 반찬은 비빔밥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스스로 먹지 않았다.

나도 시금치나 콩나물을 무치고, 양배추를 찌기 시작했고, 아침마다 갖가지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었다. 지난봄에는 지인이 산에서 직접 채취한 머위나물과 두릅을 한 상자 가득 보내주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 다 먹나 걱정부터 했겠지만, 고맙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찾아 요리했다. 오래전 먹어본 머위나물이 쓰다고 그 후 입에도 안 대던 남편도 쌈장을 넣고 머위나물 쌈을 매끼 맛있게 먹었다. 지켜보는 나도 흐뭇했다.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이 그만큼 간절했겠지만, 먹다 보니 채식의 맛도 알아가게 되었다. 

여름 동안 온 가족이 한국에 잠시 머물 때도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때 새삼 상하이의 저렴한 채솟값도 깨달았다. 매일매일 유기농 채소를 맘껏 사던 그 비용으로 한국에서는 일반 채소의 반도 못 샀다. 상하이 물가가 만만찮다고 해도 채식주의자로 살기에는 썩 괜찮은 도시임을 상하이살이 십 년이 넘어서야 느끼게 된 것이다.

남편은 평생 습관처럼 먹었던 야식도 끊고, 매일 운동도 거르지 않았다. 태생이 건강했던 사람에서 이제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최근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나누었다. 주제는 자연스레 건강이 되었고, 저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에 대해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남편과 아이들 걱정에 자신을 돌보는 것을 방치하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이렇게 아팠다면 당장 병원에 가자고 했을 텐데 말이다. 내 몸의 변화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그저 자연스레 나아지기를 바랐다가 더 병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윗세대 할머니, 어머니들과는 좀 다를 것 같았던 우리들 역시 가족 앞에서는 별다른 것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오십견인지 유착성 관절낭염인지의 내 어깨도 점점 더 굳어져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 허리에 손을 올리거나, ‘열중쉬어’ 자세를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이제 내 어깨에도 관심과 잔소리가 필요한 것 같다. 오십견에 좋다는 율무와 토마토, 멸치도 식단에 넣어야겠다. 병원부터 가보아야 할까. 나의 가을은 건강 결심과 함께.

올리브나무(littlep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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