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나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는 도중 화면에 표시된 선택지나 상호작용 단추를 클릭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모르는 새에 이미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경험한 것이다. 이처럼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해 몰입을 이끌어내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선 이러한 형식으로 제작된 한국 영화 ‘반도’의 예고편이 화제가 되었다. 중국의 경우 아직 인터랙티브 콘텐츠(互动剧)가 서비스된 적은 많지 않지만, 작년 방영된 드라마 ‘타적미소(他的微笑)’를 시작으로 해당 콘텐츠의 개발이 왕성해지고 있다.
게임인가 드라마인가, 모호한 경계에 놓인 ‘타적미소’
‘타적미소’는 영상 플랫폼 아이치이(爱奇艺)와 링허문화미디어(灵河文化传媒)가 공동 제작하여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다. 중국의 유명 여배우인 황소월(黄昊月)이 주연을 맡았으며, 갓 대학을 졸업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입사하게 된 천조(千鸟)를 연기했다. 데뷔를 앞둔 다섯 명의 남자 아이돌을 무탈하게 데뷔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는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이제껏 중국 내에서 시도된 바 없는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방영되어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타적미소’의 장면 중 일부로, 세 개의 선택지가 화면에 표시되어 있다(출처: 爱奇艺)
해당 드라마는 시청 도중 선택지가 나오는데, 이후의 내용은 시청자의 입맛대로 고른 선택에 따라 전개된다. 총 21가지 선택을 통해 17가지의 결말은 드라마가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실제로 드라마를 제작할 당시 링허문화미디어의 CEO 백일총(白一骢)은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본질이 여전히 드라마라는 사실을 간과하여 제작 방향을 다시 잡아야 했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요소인 ‘인터랙티브’라는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하자 게임과 드라마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제작상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백일총은 기술 부서의 역할이 커진 만큼 기존의 방식대로 드라마를 촬영하는 것이 수월치 않았음을 언급했다. 모든 촬영을 마친 후에도 각각의 장면들을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이러한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는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시도인 만큼, 커뮤니케이션에 혼선이 빚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공동 제작자인 아이치이의 CEO 공우(龚宇)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 5월 열렸던 아이치이 세계•총회(爱奇艺世界•大会)스마트 영상 기술 포럼에서 인터랙티브 콘텐츠에 관한 사안을 다뤘다.
제작이 어려운 이유는 ‘표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
공우는 해당 포럼에서 질문을 던졌다. ‘인터랙티브라는 개념이 아주 새로운 것만은 아닌데, 왜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았는가?’ 그는 이러한 질문의 답을 기존에 겪었던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에서 찾았다. 내용을 창작하는 측에선 매번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어떤 식으로 맞물리도록 내보낼 것인지 영상 플랫폼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내 대다수의 영화 제작사 측에선 부담이 될 만큼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아이치이의 CEO 공우가 세계•총회의 스마트 영상 기술 포럼을 진행하는 모습(출처: 爱奇艺)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치이에선 제작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인터랙티브 비디오 표준(互动视频标准, IVG)’을 발표하는 동시에 영상 제작을 돕는 인터랙티브 영상 플랫폼(IVP)을 출시하여 영상 제작자들이 아이치이 플랫폼에 직접 엑세스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 아이치이에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인터랙티브 영상 형식을 세 가지로 나누어 기본적인 구조를 만들어 냈는데, 콘텐츠 제작자는 각각 선택지, 시각의 전환, 화면 정보탐색이라는 세 가지 구조를 융합하여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아이치이에서 출시한 인터랙티브 영상 제작 플랫폼의 상세 화면(출처: 蓝鲸TMT网)
여기서 화면 정보탐색이란 시청자가 영상을 보다가 특정 상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으로, 해당 배우의 의류나 액세서리 등을 클릭하면 제품의 정보가 표시되고,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러한 기능은 일찍이 샤오홍슈(小红书)와 같은 어플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영상과 접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마케팅 수단으로써의 인터랙티브 콘텐츠
올해 4월, 티몰(天猫)은 화웨이(华为), 샤오미(小米), OPPO, VIVO, 삼성 등의 휴대폰 브랜드와 라인업을 구축한 프리미엄 카테고리 데이(超级品类日)에 5G로 콘셉트를 잡아 5G 트렌드를 주도하였다. 5G의 ‘속도’를 특징으로 삼은 티몰은 ‘5G 理想生活,不止快一点(5G의 이상적인 생활은 단순히 빠른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주제로 선정하였으며 이를 인터랙티브 드라마인 ‘G속도구원국(G 速救援局)’에서 풀어내고자 했다.
해당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핸드폰 속의 가상세계를 배경으로 했으며, 그곳에서 일하는 탄포카(谭布卡)역을 맡은 배우 탄송운(谭松韵)은 인터넷 속도 구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그녀의 업무는 일상에서 4G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여러가지 인터넷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구조 전문가 탄포카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청자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5G 핸드폰의 차별화된 기능을 통해 탄포카의 수사를 도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5G의 기능이 단순히 빠른 속도만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5G의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인터랙티브 요소를 이용한 마케팅은 소수의 영상 플랫폼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상용화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5G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인터랙티브 마케팅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4G에서 5G로의 세대 변환이라는 큰 주제를 내포하고, 상호작용 요소로 5G의 새로운 기능 소개, 브랜드 홍보 모두를 아우른 해당 마케팅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내용을 담아내기에 최적의 형식이었다는 사실을 입증받은 셈이다. 이렇듯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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