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과 시선, Focus and Sight
<시선의 회복>
양혜진 작가의 작품들 속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등장하며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있다. 그들 모두의 시선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떠들썩한 사건, 스타 연예인, 정치인 등 초점이 된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자신만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카메라를 들이밀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미디어 매체 등 편리한 것들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늘 떠들썩한 장터로 모인다. 초점을 한 몸에 받은 일들은 곧바로 인터넷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그런데 그 많은 시선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어떤 문제를 진실한 방향으로 해결한 경우가 얼마나 있는가?
가령 양혜진 작가의 작품 ‘길을 잃다’의 이미지는 바닷속 풍경처럼 보인다. 중심에는 한 사람이 물속에 있다. 수영하고 있다기보다는 잠겨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물고기들과 수많은 카메라들이 그 인물을 중심으로 원을 이루며 밀집해있다. 뉴스의 초점이 된 인물은 아마도 세월호와 함께 우리들과 슬픈 이별을 한 아이들을 은유하고 있을지 모른다. 수많은 카메라가 집중하고 있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초점에 쏠리는 우리들에게 주는 경고이다. 누군가, 혹은 어느 특정 집단의 시선에 우리는 자신들의 올바른 시선을 강탈당한 것은 아닌가?
자신의 시선을 회복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서로 다른 관점들을 보여주는 다양한 매체를 전부 읽어볼 필요조차도 없을 것이다. 때가 낀 이불을 박차고 침대에서 일어나듯 일상의 장소를 탈출하여 먼 곳으로 여행 갈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을 낯설게 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 안에 있는 풀, 꽃, 나무, 사물, 인물, 또 그러한 것들에 비치는 햇빛과 그늘, 그것들을 덮는 밤의 어둠을 낯설게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매일 출퇴근하는 길에서 전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것을 다양하게 관찰해보는 것이다. 모두의 시선을 빼앗는 것에 나도 덩달아 쏠려가지 말고 내 시선만으로 오래오래 바라보며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세잔의 풍경화가 그랬듯이 말이다.
최성석作_Ecological Park, 2010
최성석은 그런 시선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지나치며 주의하지 않는 곳을 오래 바라본다. 자기 집을 나와서 길을 걷다가 길거리의 담벼락을 마주쳐도 오래 바라본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오래 바라본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담벼락을 오래 바라보면 도종환의 시 “담쟁이”가 떠오를 수 있다.
․전시기간: 8월 27일~9월 25일(휴관 없음) 오전 9시~오후 6시
․오프닝: 8월 27일 오후 3시
․전시장소: 闵行区宜山路2016号 合川大厦3楼(지하철 9호선 1번출구)
․참관 및 구매 문의: 박상윤 135-0168-6124
․홈페이지: www.yoonarte.com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