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⑩]
자유로와지다?
지난주에 ‘푸르다-푸르르다’를 다루다 보니 또 떠오르는 게 있어 덧붙여 봅니다.
“외로워 외로워서 못살겠어요.
하늘과 땅 사이에 나 혼자…….”
거의 오십 년쯤 전인 1960년대 중반, 배호에 앞서 나이 서른을 못 채우고 요절한 가수 차중락이 불러 한창 인기를 끈 이 노래, ‘사랑의 종말’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차중락은 물론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번안한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더 유명하지만, 저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처음 들은 이 ‘사랑의 종말’을 아직도 무척 좋아합니다.
다시 십여 년 뒤인 1970년대, 윤수일이라는 가수는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아름다워, 아름다워,
그대 모습이 아름다워…….”
‘외로워’나 ‘아름다워’는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당시의 맞춤법에는 어긋난 표기였습니다. 1989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ㅂ’불규칙용언의 경우 모음조화 규칙에 따라 ‘외로와’나 ‘아름다와’로 쓰는 것이 바른 표기법이었거든요. 저는 대학 시절, 유명한 가수들이 이렇게 맞춤법을 파괴하는 것에 분개하여 신문에 투고한 적도 있습니다.
또 다시 십여 년 후인 1989년, 그 오십여 년 전인 일제 때 처음 제정된 이후 거의 손대지 않고 있던 한글맞춤법을 크게 손질하면서, 실제 언어생활과 동떨어진 표현과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뀐 표현들을 현실에 맞춰 뜯어고치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 사람들이 바른(?) 표기법을 외면한 채 모음조화가 파괴된 ‘외로워’와 ‘아름다워’로 발음하는 점을 고려하여, 바뀐 맞춤법에서는 아예 ‘~와’ 대신 ‘~워’로 쓰도록 했습니다. 다만, 어간이 한 음절인 ‘곱다’와 ‘돕다’ 두 단어만 ‘고와’, ‘도와’로 쓰는 것을 허용했지요. '작은 일'에 분개했던 저는 무안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과감하게 시대를 앞서 갔던(!) 가수들과는 달리,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얼마 전, 요즘 꽤 유명하다는 어느 젊은 문인의 글을 읽다 보니 이런 표현이 눈에 띄더군요. “자유로와지기 위하여…….” 그 친구의 글을 주욱 살펴보니 다른 데서도 비슷한 실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문인이라면 최소한의 맞춤법 지식을 갖추려 애써야겠지요. 무식해서 틀린 것과 ‘창조적 파괴’는 뚜렷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하긴 상당수 문인들이 시시껄렁한 맞춤법 따위에는 무관심한 편이니, 제대로 바로잡지 못한 편집자를 탓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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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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