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⑥]
조사 ‘의’를 줄이자
“오등(吾等)은 아(我) ‘조선의 자주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 기억이 있을 문장입니다.
기미독립선언문.
이 선언문은 굳은 독립 의지를 격정적이면서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우리들 머릿속에 감동적인 ‘명문(名文)’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만 따진다면. 한문 투라는 근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일본 말투까지 흉내 낸 엉터리 문장이 수두룩한 ‘악문(惡文)’입니다.
특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바로 조사 ‘의’입니다. ‘이(가)’나 ‘을(를)’을 써야 할 자리에 멋대로 ‘의’를 집어넣었습니다. 이는 주로 일본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인 당시 지식인들이 쓴 글에서 흔히 나타나는 병폐인데, 지금도 여전합니다.
‘조선의 자주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 을 ‘조선이 자주 독립국이며 조선인이 자주민임’으로 고쳐 봅시다. 한결 낫지 않은가요?
누구나 다 아는 동요 ‘고향의 봄’ 첫 구절도 ‘나의 살던 고향’이 아니라 ‘내가 살던 고향’이라야 옳지요.
이렇게 ‘의’를 줄이거나 다른 말로 바꾸면 글이 훨씬 읽기 편해집니다. 그것이 바로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쓰는 입말이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발상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식의 어색한 문장은 아예 ‘먼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로, ‘의’뿐 아니라 전체를 뜯어고쳐야 자연스럽습니다.
이 글에서는 예문을 제외하고는 ‘의’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써 봤는데 괜찮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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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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