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⑤]
‘~에 있어서’
‘~에 있어서’는 일본말에서 자주 나오는 ‘~について(또는 ~にとって、~において)’를 그대로 옮긴 표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옛 글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개화기 이후, 특히 일제 강점기 이후 쓴 글에서 많이 볼 수 있지요. 그러다 보니 이제는 온갖 교과서에서조차 거리낌 없이 쓰고 있습니다.
보통 강조하는 뜻이 있다고 여겨 별 생각 없이 이 말을 쓰는 것 같은데, 원래 우리말에는 없는 일본식 표현입니다. 게다가 문맥에 따라 얼마든지 빼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아래 보기들을 한번 보세요.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 한국에 있어서의 민주주의는 ~
→ 한국의 민주주의는(한국에서 민주주의는~ )
∙ 대통령에게 있어서 국민은 ~
→ 대통령에게 국민은(대통령으로서 국민은 ~ )
∙ 그는 나에게 있어서도 ~
→ 그는 나에게도(그는 나로서도) ~
∙ 사람을 사랑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
→ 사람을 사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
아울러 ‘~에 의(依)하여’ 같은 한문 번역투의 표현도 ‘~으로’라든가 ‘~ 때문에’, ‘~에(을) 따라’ 등으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또, ‘~에 관(關)하여’, ‘~에 대(對)하여’ 등도 모두는 어렵겠지만 웬만하면 빼거나 다른 말로 고쳐 쓰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이런 말들을 하나도 쓰지 않는다고 자신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있어서’만큼은 그것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습니다. 만일 도저히 고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제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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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 이후 현재까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월간 <우리교육> 기자 및 출판부장(1990~1992), <교육희망> 교열부장(2001~2006) 등을 역임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강좌를 비롯하여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편집위, 한겨레문화센터, 다수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 기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 또한 <교육희망>,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논술) 강좌 등을 기고 또는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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