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가 내게로 왔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2015-05-08, 23:54:50] 상하이저널

“나는 사는 게 좋습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김용택 시인
[사진=김용택 시인]
 

“시인이, 아니 무엇이 되려고 한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책 읽고 사는 게 너무 좋았을 뿐입니다. 나는 사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늘 좋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무방하게 삽니다.”


<시가 내게로 왔다>를 주제로 상하이 교민들을 만나게 될 섬진강 시인에게 “시가 어떻게 왔나요?”라고 물었다. 그는 “사는 게 정말 좋아요”라는 답을 보내왔다. 동문서답인듯, 우문현답같은 철학을 담아 보냈다. 김용택 시인(68)의 짧은 회신에 여러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를 쓰다 보니 사는 것이 좋아졌을까? 사는 게 정말 좋았던 어느 날 시를 쓰기 시작했을까?

 

그에게 시는 이렇게 왔다


그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가지 교과서 외에 본 책이 없었다. 소설가 이름이나 시인의 이름 몇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교과서에 나온 사람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선생이 되었을 때 월부책 장사가 들고 온 도스도예프스키의 전집을 읽게 됐다. 처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생각이 나서 생각을 일기로 쓰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내가 시를 쓰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에게 시는 이렇게 왔다. 그리고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 됐다.

 

그는 섬진강 시인이 됐다


“강가에 살면서 섬진강 연작을 쓰다가 보니, '섬진강 시인'이라는 호칭이 붙었습니다. 개인에게는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날마다 보고 사는 작고 초라하고 시정이 넘치는 서정적인 강입니다. 강이 없는 마을은 내게 답답함을 줍니다.”


그는 순창농림고를 졸업하고 21살에 교사가 됐다. 개울을 몇 개 건너 등교해야 하는 섬진강 진메마을 평교사로 40년을 지냈다. 섬진강변의 자연들, 그 곳 사람들의 모든 언어가 그에게는 시로 다가왔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를 지었고, 인간의 도리에 맞게 살아온 섬진강의 언어들은 그를 통해 시로 탄생했다. 그리고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1'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33년째 ‘섬진강 시인’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으로 통한다


“지금이 좋은 사람, 무엇이 되고 싶은 게 없는 사람, 시를 중요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살지요. 사는 게 전붑니다.”


삶 자체가 문학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시인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했다. 이번에도 ‘사는 게 전부’라는 일관된 답이다. 그냥 살 뿐 시를 중요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1986년 김수영 문학상, 1997년 소월시문학상, 2012년 윤동주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산이 좋아 올랐더니 어느 날 정상에 닿아 있는 것처럼 ‘그냥 사는 게 좋았는데 그 삶이 시가 됐더라’는 얘기다. 되고 싶은 무엇도, 시가 중요하지도 않았던 그가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으로 통하는 이유다. 

김용택 시선집/마음산책/2001~2011
5월 봄날, 시가 내게로 왔다


시인은 시로 만나야 한다. 김용택 시인의 중심을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 그가 사랑하는 시들을 읽는 것이다.

김용택 시인은 2001년부터 2011년에 걸쳐 5권으로 엮은 시선집 <시가 내게로 왔다>를 펴냈다. 근대시에서부터 현대시, 동시, 한시에 이르는 한국 대표 시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1권에는 그가 문학을 공부하면서 읽었던 시인들의 시 중에서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아 빛나는 시들을 담았다. 2004년, 1권에 미처 담지 못한 시를 2권으로 엮어, 근•현대 시사 100년에 빛나는 아름다운 우리시 100편을 두 권에 담았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시인의 시 65편을 3권에 담았고, 4권은 잃어버린 동심을 일깨우는 시 47편을 담았다. 5권에서는 이규보, 도연명에서부터 황진이, 허난설헌까지 한시 77편을 소개하고 있다.


5월 봄날, 사는 게 좋고 사는 게 공부라는 ‘섬진강 시인’이 상하이를 찾는다. 봄바람 난 아낙처럼, 봄마중 가는 아이들처럼 김용택 시인과의 만남이 설렌다. 시가 내게도 온다.

 

고수미 기자

 

<책읽는 상하이>
詩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 시인 상하이 강연

- 5월 14일(목) 오전 10시 30분 상해한국학교
- 5월 15일(금) 오후 7시 허촨루 타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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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수 1

  • 문학소녀 2015.05.12, 10: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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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에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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