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서울대 명예교수

[2015-04-30, 11:58:03] 상하이저널

인터뷰
“비도덕적 행위, 피해는 약자가 입는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서울대 명예교수

 

 

도덕과 윤리의 개념이 퇴색되고 정의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반드시 지도층일 필요는 없지만, 한 사회의 어른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시대의 어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손봉호 교수(78)가 상하이를 찾았다.

 

손봉호 교수는 윤리학자이며 사회운동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70년대부터 시민운동을 펼쳐온 그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 대표를 역임했으며, 2011년에 나눔국민운동본부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달 25~26일 양일간 ‘은혜의 교회’ 세미나에 초빙된 손봉호 교수의 강연 테마는 ‘가정에서의 윤리’. 한 나라의 도덕성이 각 가정의 도리와 예의 기반이라고 보면 이날 강연은 큰 의미에서는 결국 사회의 도덕성 강조와 무관하지 않았다. 강연을 마친 손 교수와 한국사회의 도덕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양한 시민운동 결국은 ‘정의 운동’


“군입대 후 군 내 부조리에 대한 충격이 컸다. 복학한 후 사회모순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후 장애인 권익, 환경운동, 기부활동, 사교육 줄이기, 공명선거 등 시민운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연결시켜보면 한마디로 ‘정의 운동’이다.”


서울대 영문과 학생이었던 그는 한국사회 부패의 결정체였던 군입대를 계기로 사회 모순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영문학자의 꿈을 접고 철학과 신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윤리와 정의 등 보다 본질적인 학문에 접근하기 위해서였다.

 

사회는 항상 약자들이 피해본다


“사회는 항상 약자들이 피해를 본다. 거주지 문제만 봐도 그렇다. 환경이 나빠지면 부자들은 환경이 좋은 밖으로 나간다. 가난한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온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강대국이지만 결국 물에 잠긴 나라들은 약소국이다.”


이처럼 손 교수가 1970년대부터 이어온 사회운동의 스펙트럼은 궁극적으로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것, 정의를 위한 것이다. 손 교수는 최근 사회활동과 학문활동을 해오면서 줄곧 그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문제들을 하나로 묶어낸 <약자 중심의 윤리>를 펴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비윤리적 행위는 항상 타자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 그 피해는 항상 약자가 입는다는 것이다.

 

정권에 휘말리지 않는 시민단체 필요


손 교수는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질서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약자가 보게 된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현재 한국정치는 혼란에 빠져있다. 보수와 진보가 싸우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각자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판단력이 잡힐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한다.


손 교수는 오히려 진보진영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한 원인을 ‘도덕성’에서 찾는다. 특히 정부 도움을 받는 시민단체들이 정권에 휘말리게 되면서 지지를 잃고 있다는 것.


“제3의 위치에서 보수와 진보를 각각 비판해야 하는데 정치권과 비슷하게 갈라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지지를 받기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서로의 잘못하는 것에도 눈감고 하면 다수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약점을 극복하는 단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비즈니스도 좋지만 윤리적 권위 잃지 말아야


비록 몸은 해외에 있지만 교민들도 한국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손 교수는 이들에게 “진보도 보수도 좋지만 그것 때문에 나라의 힘을 꺾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한다. 한국문제에 대해 걱정도 하고 고함도 치지만, 결국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 해외교민들의 진정한 애국은 현지에서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를 열심히 하는 것만큼 윤리적인 권위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또 한국교회에도 일침을 가한다. “한국사회의 약점이 한국교회에도 나타난다. 따라 할 것이 아니라 고쳐야 한다. 모든 종교는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 손 교수는 교회에 면세 혜택을 주는 이유는 사회에 공헌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그렇지 못한다면 존재 의의가 약하다고 강조한다.


강연장 밖의 그의 이야기는 이번 상하이 세미나 주제와 통하고 있다. 상하이 교민들의 행동과 생활방식이 도덕적으로 더 공정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 지역민, 즉 중국인들에게 존경 받는 것이 진정한 애국, 종교인의 자세라는 얘기다. 이 시대의 어른, 손봉호 교수의 간절한 당부다.


▷고수미 기자

 

손봉호 교수는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와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한성대 이사장, 동덕여대 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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