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옥, 김애란 작가와의 수다夜

[2013-11-01, 18:17:19]
한국 여성작가, 상하이한국문화원 ‘한국문학의 밤’으로 상하이 방문
 
△10월 28일, 상하이한국문화원
△10월 28일, 상하이한국문화원 '한국 문학의 밤'
 
지난달 28일,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문학의 밤-여성과 문학’에 한국 여성작가 공선옥 씨와 김애란씨가 주인공으로 초청됐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선옥의 ‘수수밭으로 오세요’와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가 중국어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이미 20여 년 가까이 작품활동을 한 관록의 공선옥씨와, 개성있는 젊은 작가 김애란씨와 함께 ‘문학 수다’를 꽃피웠다. 아쉽고 모자라기만 한 시간, 그들과의 이야기를 꺼내본다.
 
'수수밭으로 오세요'의 공선옥 작가
 
공선옥 작가는 2001년 작품 ‘수수밭으로 오세요’를 포함해 다른 작품들에서도 여성의 운명적인 삶과 모성애를 많이 다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수수밭으로 오세요’의 집필 당시 한국은 1997~8년으로 IMF의 진통을 겪고 있었다. 많은 가정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고아원에 보내지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가정에서 ‘어머니’란 존재도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돌봄’, ‘어머니의 모성’이 많이 사라졌다.
 
또한 가난은 어느 순간 사회적 약자가 돼버렸고 숨겨야 될 것으로 치부됐다. 가난한 상황에서 가난한 여성은 사회의 최약체가 돼버린 것이다.
 
나는 ‘문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소외된 것, 어둡고 그늘진 것들을 마주하기 위해서라 생각한다. 어둠을 더욱 철저히 마주하면 조금 밝아지지 않을까?”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는 말은 페미니스트로 몰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럴 수도 있겠다. 나는 작품을 쓸 때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사회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는 게 익숙하다. 사회적인 약자에게 더욱 눈이 간다. 여성 역시 사회적 약자 중 한 부분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다룬 것이다. 꼭 여성의 문제, 여성의 문학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수수밭으로 오세요’ 집필 이후 12년이 지났다. 사회는 좀 더 윤택해지고 여성의 인권과 독립성, 경제성은 더 많이 상승되지 않았나?

“그런가? 하지만 사회의 눈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다. 가난이 죄가 아닌데, 죄처럼 치부되는 세상이 돼버렸다.”

작품 속 여주인공은 이성과의 ‘사랑’에 크게 연연치 않아 보인다. 공선옥씨에게 사랑이란?

“사랑?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없으니 그냥 사는 것뿐이다. ‘그 뿐이야’라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된다’는 서슬 퍼런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쾌감. 독자들이 나의 작품에서 그런 쾌감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내가 너무 삐뚤어진 걸까?”
 
누가 한 말 중에 ‘남자가 작가가 되려면 결혼을 해야만 하고 여자가 작가가 되려면 이혼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내가 그리는 소설에서 쉽게 희망을 말하고 싶지 않다. 견디는 것의 진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겉으론 무기력해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더 강하다는 걸."
 
'달려라, 아비'의 김애란 작가
 
김애란 작가는 2013년에만 ‘이상문학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두 개의 상을 받았다. 게다가 ‘이상문학상 최연소 수상자’의 타이틀까지 달게 됐다. 물론 더 많은 이전 수상경력들이 있다. 김 작가는 자칫 무겁고 신파가 될 수 있는 주제들을 그녀만의 통통 튀는 문체로 가볍게, 담담히 풀어낸다. 그게 더욱 슬프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이상문학상 대상 최연소 수상’에 대한 소감으로 “높이 날 때의 고도도 중요하지만 착륙할 때의 위치도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뜀틀 선수로 상상했을 때 가장 중요하고 짜릿한 순간은 도움닫기로 높이 뛰었을 때 보다 착지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깨의 힘을 두 다리에 실어 더 열심히 하겠단 다짐으로 한 말이다.“

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 극작을 전공했다. 작가 생활과의 연결점이 있을까?

“글을 좀 더 세밀하고 엑티브하게 쓰는데 도움이 된다. 인쇄, 활자를 통해 전달되는 책과 달리 연극은 사람을 통해, 배우의 호흡을 통해 전달된다. 어릴 적 멋있다고 쓴 문장을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다시 듣게 됐을 때의 어색하고 유치하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그를 통해 내 글과 거리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됐지 않았나 싶다.”

작가들은 일반적으로 졸업 후 다른 일을 하다가 작가로 전환 하는 걸로 들었다. 김 작가는 졸업 후 바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무리 고수들의 이야길 다룬 ‘일대종사’라는 영화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살면서 높은 산(무림고수)은 많이 만나봤지만 그 중 가장 높은 산은 생활이었다.’ 그 말에 많이 공감한다. 나는 학생 때 작가로 데뷔해 부양가족이 없었고, 선배세대에 비해 창작기금 등과 같은 것들이 풍요로워진 편이다.
 
창작자에게 중요한 것은 ‘실패의 경험’이다. 더 많이 경험하라는 뜻으로 많은 물질적 도움과 격려를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활이 어려웠다면 실패의 순간도 없었을 테니까.”

작가로서의 이상이 있다면?

“어떤 작품이 가장 젊은 작품일까 고민해봤다. 가장 오래 살아남는 소설은 세월이 흘러도 누구나 찾는 고전소설이다. 얼마나 젊길래 100년이 넘어서도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걸까? 독자와 오래도록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젊은 작가가 되고 싶다.”

관록과 개성을 지닌 두 한국 여류작가와 함께 한 상하이의 가을 밤. 상하이 한국문화원의 이 같은 행사가 드라마와 음악에 치우쳐진 한중 문화교류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원한다.
 
 
 
 
 
▷손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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