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
스물일곱 살 스물일곱 번째 나라를 만난 그녀, 여행도서 ‘나 지금 여기에 있어’의 저자 신미항
여행, 단어만으로도 여유와 설렘, 휴식이 느껴진다. 학생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직장인은 현실의 팍팍함에 짓눌려 ‘여행’은 어느새 사치품으로 전락해버렸다. ‘배낭 하나로 세계를 만나보자’는 마음 한번 품어보지 못한 자가 어딨을까. 우리는 그 꿈을 세상에 꺼내보지 못하고 품고만 있었던 나머지 ‘내게도 그런 꿈이 있었노라’는 것 조차 잊고 서점 신간코너의 배낭여행 도서만 뒤적거린다.
스물일곱살에 스물일곱번째 나라를 만났다는 신미항씨. 얼마나 아름다운 청춘인가. 2013년 현재까지 30개국을 돌아본 그녀의 여행기와 여행도서 발간, 수익금의 아프리카 긴급구호 기금 후원,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 살아내는 행동관, 그리고 상하이를 찾아오게 된 사연까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삶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당신의 스물일곱살은 어떠했나? 우리들의 젊은 날, 다 내려놓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터. 신미항 씨는 누구나 하는 상상을 실행에 옮겼다 스물일곱이 되던 해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마침표를 찍고, 또 다른 꿈과 함께 비상하고 싶었다.
홀가분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얻은 에피소드와 사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책을 발간했다. 2012년 7월에 출간된 ‘나 지금 여기에 있어’는 신미항씨가 스물일곱까지 여행했던 27개국의 이야기 중 2011년 1월에 다녀온 네덜란드, 스페인, 모로코, 포르투갈 4개국에 관한 이야기다.
여행지의 세세한 여행정보가 담긴 책이 아닌 ‘지금, 여기’에 있음을 감사하며 느꼈던 모든 것들을 꾸밈없이 적어 내려간 여행 에세이집이다. 신미항 씨는 세상과 인사하고 알아가는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길이 되길 희망하며 책을 낼 용기를 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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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파묵칼레에서 신미항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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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의 석양 |
스물한 살 교환학생으로 미국 땅을 밟은 것이 소위 말하는 ‘여행 역마살’의 시작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각국의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세계지도를 구석구석 밟아보고 싶단 강한 욕구가 일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은 유럽이었다. 대학 과수석으로 학비를 면제받게 되자 원래 준비했던 등록금을 들고 냅다 유럽으로 떠났다. 유럽에서 돌아온 후엔 호주 인턴쉽을 신청했고 그 때부터는 ‘벌어서 떠나는’ 진짜 여행가가 되었다. 그녀에게는 여행용 통장이 따로 있다. 휴가 때 마다 가고 싶은 곳의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꾸준히 저축한다. 평소 여행잡지나 프로그램을 자주 보며 자신의 가슴을 움직이는 곳이 나타나면 즉시 ‘To go list’에 저장해뒀다가 비행 및 이동시간, 루트 등을 고려해 목적지를 선정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짧은 휴가기간 동안 얼마나 나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가!’가 바로 여행지 선정의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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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세프사우엔에서 |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인연들이다.
미항씨의 미국 교환학생시절 룸메이트는 프랑스인이었다. 그 친구 덕분에 그녀의 유럽여행이 결정됐다. 스위스 여행 중 만난 호주커플은 여행 후에도 꾸준한 연락을 가졌고 훗날 그녀의 호주 인턴쉽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호주에서의 유람선 관광 도중 만난 인도친구와의 인연으로 다음 여행지는 인도가 됐고, 직업이 의사였던 인도 친구 덕분에 델리에선 근사한 예우를 받으며 여행할 수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인연. 우연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우연한 행운을 인연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녀만의 매력이자 삶의 원동력이 아닐까.
미항씨의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지 못하면 ‘나중에, 저기’에서도 행복하지 못하다”며 “’지금, 여기’를 행복하게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줄곧 말씀하셨단다. 그녀의 첫번째 책 제목 ‘지금 여기에 있어’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행 이야기 속에서도 충분히 느껴지지만 그녀의 꿈과 삶의 철학을 정리하자면 “세계를 품자, 크게 생각하라! 무엇이든 배워라! 지금 당장 시도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을 즐겨라!”이다. 이 말들은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책상 앞에 붙여두고 되뇌었던 말이다.
글귀 끝마다 붙어있는 느낌표에서 그녀의 에너지가, 그리고 ‘삶을 즐겨라’는 말에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빈 윌리암스의 카르페디엠이 함께 떠오르며 가슴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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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사바트요 |
‘다음 목표’에 대해서 묻는 필자에게 망설임 없이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기’라 대답하는 그녀의 10년 후는 더욱 기대된다. ‘지금 여기가 바로 다음 어딘가를 향하게 하는 단단한 디딤돌’이라는 덧붙임 설명에 ‘나는 집 창밖에 피어 있는 장미꽃은 거들떠 보지 않은 채 지평선 너머의 요술 장미 정원만을 꿈꾼 것은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인다.
그녀의 삶이 더욱 멋지고 반짝여 보이는 것은 책의 수익금을 구원활동 지원비로 전부 기부했다는 점에서다.
예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후원하던 ‘월드비전’의 정기간행물에서 때 마침 ‘서아프리카 긴급 후원금 요청’ 문구를 봤다. 여행 중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해야 더 풍요로워지는 것’을 깨달았다’는 미항씨는 아프리카 메마른 땅에 한줄기 단비가 되었기를 희망하며 책의 수익금 전액을 월드비전 강원지부에 기부했다. 앞으로 두 번째 책을 출판해도 수익금은 기부될 예정이란다.
그녀의 롤모델은 오지를 탐험하며 자신의 소명을 발견한 한비야 씨였다. 책 속에서 한비야의 삶을 탐하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한 그녀는 이제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자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그녀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재 독일 물류회사 DB SCHENKER 상하이지부 세일즈 어카운트팀으로 재직중인 그녀에게 상하이는 특별하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여름휴가, 항공권 예매가 너무 늦어 정작 가고 싶었던 나라는 가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구매한 것이 바로 상하이행 티켓이었다. 2010년 작열하는 여름 더위 속에서 만난 와이탄의 아름다움에 빠졌던 그녀는 ‘기필코 동방명주를 바라보며 일하리라’ 결심했다. 그 해 12월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11년 3월에 상하이로 날아와 1년 여간의 중국어 어학연수, 그리고 2012년 5월 원하던 회사에 입사해 현재 신나게 일을 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 식의 상하이 티켓이 행운의 티켓이 되어준 셈이라고.
그녀의 삶이 마음먹은 데로 이루어지는 그저 ‘운수 좋은 삶’이라고 단언하지 마라. 그녀는 가슴속 꿈을 꿈으로만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열망하는 무언가를 위해 즉시 움직이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의 결실을 삶 속에 걸음걸음 기록했다.
내년이면 서른이 되는 그녀는 현재까지 30개국의 국경을 넘었다. 여행을 ‘성찰과 성장의 순간’이라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가슴 속 어느 한켠에 작은 바람이 분다.
▷손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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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 여행가고싶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