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영어강의 봉사, 재미교포 이재진 씨

[2012-02-10, 23:28:18] 상하이저널
"시작은 봉사였는데 제 기분이 더 좋아져요"



‘나눔’의 방법은 참 다양하다. 중국에 살면서 우리에게 나눔이란 낙후한 지역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우리가 베푸는 입장이라 여겼을 뿐, 그 수혜자가 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최근 상하이 교민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따뜻한 분을 만났다. 지식과 재능 나눔, 일종의 봉사다. 재미교포인 이재진(34) 씨는 1주일에 화, 목요일 두차례 아침 8시부터 1시간씩 영어강의를 해오고 있다. 이 씨의 사무실이 우중루 현윤빌딩에 있어 한국상회 열린공간을 활용해 벌써 3개월째 10여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몇몇 참여하고 있다.

“내가 받은 도움, 영어로 돌려드려요”

상하이 생활을 적응하면서 한국 분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뭔가 돌려주고 싶었는데,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이 ‘영어’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어요.”

그의 상하이 생활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15살에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해 3월 미국 화교인 아내와 함께 상하이로 오게 됐다. 한국에서 14년, 미국에서 18년, 또다시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란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의 상하이 생활은 온전히 아내 때문이다. 부부는 세계적인 명문 UC 버클리 동문이다. 강의실에서 첫눈에 반한 아내와 결혼을 결심,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결혼했다. 상하이로 오기까지 갈등도 있었지만, 아내가 상하이로 발령이 나고, 처가의 사업체도 중국에 있어서 선택과정은 어려웠지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큰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여러 문화차이를 극복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만난 한국 분들이 곁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고 힘이 돼줬다는 그는 “무료 영어강의 시작은 봉사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내 기분이 좋아지고 수강자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즐거워한다.

 
“시간•비용 허비하는 업체 안타깝다”

그는 또 “처가의 사업에 몸을 담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잠시 자만한적도 있었다. 한국 분들과의 지속적인 관계도 우리 회사가 좋으니 이뤄지는 거겠지 하는 생각도 했었다”라며 “한때 사람의 만남을 계산적으로 여겼던 순간을 반성한적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가 하는 일은 화장품, 보건식품, 식품, 의료기기 회사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필수항목인 위생허가증 취득을 대행해주는 회사다.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그는 외국업체들의 진출이 많은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국내 100여개의 위생허가증 취득 대행업체 중 한 손에 꼽히는 회사라고 한다.

그는 이 회사에 근무한지 오래지 않았지만 “2010년 관련법이 변경되면서 위생허가증 취득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업체들을 많이 봤다. 간혹 대행업체의 횡포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업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고 밝힌다.

풍요로운 나눔으로 시작된 중국무대

비즈니스와 봉사 외에 그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군인으로 8년(직업군인이 아닌 월 2~3일 군사훈련), 이 기간 1년간 이라크파병을 가기도 했다. 그리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취직한 안정적인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다시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미국 경찰이었던 것.

그는 매번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왔다. 가족 친척과 함께 한 한국에서의 유년기, 열정을 쏟아냈던 미국에서의 청년기, 그리고 가장으로, 한 남자로 새로운 무대가 중국에서 펼쳐졌다. 이제 막 무대에 조명이 들어왔다. 그는 풍요로운 ‘나눔’으로 시작을 알리고 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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