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논단] 우리가 '프로 불편러'가 돼야 하는 이유

[2017-07-10, 17:07:21]

 

2016년 5월 17일 한 남성이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의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약 30분 뒤인 오전 1시 7분 화장실에 들어온 첫 여성을 흉기로 살해했다. 그 남성은 경찰에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라고 진술하였고, 화장실에 대기하면서 남성 6명은 그냥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여성만을 향했던 폭력의 칼날에 사람들은 분노했고,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사회적 화두에 올랐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성혐오라는 화두가 큰 사회적 논란이 되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여성혐오가 이미 우리 사회에 고착화되어 단기간에 쉽게 털어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의 저명한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의 말을 빌리면 여성혐오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여성 멸시를 뜻한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는 많은 사회 현상을 통해 보일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큰 사회적 문제가 되는 '대중교통 성범죄'도 그중 하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실시한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의 피해자는 100% 여성이었다. 또한, 여성 10명 중 8명이 버스나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경험했다. 몰카 범죄와 성추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더불어 많은 언론과 단체에서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은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하는 남성들이 많다는 것이고 따라서, 그들에게 여성은 동등하지 못한 열등한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여성혐오는 평소 우리가 자주 듣고, 하는 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 개인 한 명의 문제를 여성 전체의 문제로 몰고 가는 일들이 많다. 여성 운전자에 대한 무시도 그 예 중 하나이다. 운전을 못 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다. 하지만 만약 그 운전자가 여성이 될 때는 그 운전자가 여자여서 운전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전체 운전자의 40%를 차지하는 여성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20%밖에 되지 않는 데도 말이다.

 

여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여성혐오적, 차별적 믿음에 의해, 또 신체적 차이에 의해 더 많은 위협과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그리고 슬프게도, 사회는 그 위협과 위험의 책임소재를 그것에 노출된 여성에 넘기고 있다. ‘조심’을 하라면서 말이다. 따라서, 현재 여성은 절대 남성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가장 보편적 교통수단 중 하나인 지하철에서도 성추행을 당할까 주위를 살펴야 하고, 혹시 모를 성폭력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여름에도 짧은 바지를 입을 수 없고, 공중화장실도 두려움에 떨며 이용해야 하는 삶을 살고있는 보통의 여성들이 과연 보통의 남성들과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는 '프로 불편러'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 '불편함'을 드러내는 일에 전문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로 불편함을 지적하는 이들을 비꼬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여성혐오와 더불어 모든 남녀차별 문제는 가늠할 수 없는 오래전부터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우리 사회에 스며들었다. 따라서 차별적인, 여성혐오적인 언행을 하고서도, 당하고서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두 남녀 차별적 생각과 언행에 대해 더욱더 민감해져야 한다. 많은 사람이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해야만 깊이 스며들어 있는 '남녀차별'과 '여성혐오'의 본체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것이 불편해야만 하고 그 불편함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프로 불편러'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학생기자 손예원(NAIS Y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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