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탄과 서양건축양식의 변천

[2017-06-30, 15:32:29]


 

와이탄 (外滩), 혹은 번드 (The Bund). 상해에 중국의 여느 다른 도시들보다 더욱 국제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부여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수없이 많은 서양식 건축물들의 즐비함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초, 유럽을 위시한 서양의 건축양식들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19세기 초부터 만연하기 시작한 고전 양식들의 부활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반면, 절충주의적 기조와 아르 데코가 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양식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고 어떻게 분류되는 것일까? 지금부터 각 양식들을 대표하는 와이탄의 건축물을 살펴보자.

 

 

신고전주의의 HSBC 빌딩

푸생의 고전주의적 기조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다비드가 발흥시킨 신고전주의적 회화는 19세기 초 이후 낭만주의, 사실주의, 그리고 인상주의 등으로 이어지는 움직임들로 인하여 점차 희석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건축적 양상에서는 고전주의(그레코로만)를 위시한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고전양식들의 부흥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런 추세는 20세기 초까지 이어진다.

1923년에 완공돼 1955년까지 상해 HSBC의 본부로 기능한 HSBC 빌딩은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잘 반영한다. 가장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6개의  이오니아(Ionic) 기둥이 떠받히고 있는 코니스(Cornice), 그 위의 조그마한 페디먼트(Pediment), 그리고 돔은 이 건물의 그레코 로만 양식을 재해석하여 구현하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표방을 나타낸다. 넓은 폭에 비하여 낮은 높이로 인해 자칫 둔해보일 수도 있는 이 건물을 좀 더 음향적이면서도 웅장하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정면(façade)의 가늘면서도 호리호리한 이오니아 기둥들과 돔이라 할 수 있겠다.

 

 

 

신바로크주의의 상해총회

예수회 설립과 함께 발흥한 17세기 바로크 양식을 후대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신바로크주의는 상해총회 건물에서 발견할 수 있다. 베르니니가 건축한 로마의 성당들을 떠올리게 하는 두 개의 우뚝 솟아 있는 큐폴라 (cupola)와 곡선미로 가득 찬 이 건물은 바로크적 미학을 표현한다. 이런 미적 분위기를 더 강조하는 것은 바로 대리석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색조이다. 신고전주의 건축물인 HSBC 빌딩에도 적용되었던 이오니아 기둥들은 건물에 공간성과 정교함을 더한다.

 

 

아르 데코 양식의 페어몬트 피스 호텔
미국의 크라이슬러 빌딩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으로 대표되는 아르 데코 (Art Deco) 양식의 건축물은 상해에서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데, 그중의 대표격은 단연 1929년에 개관한 페어몬트 피스 호텔 (Fairmont Peace Hotel), 혹은 상해 평화 호텔 (上海和平饭店) 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 데코 양식을 정의하는 것은 당대 건축 양식과 산업 발전으로 인한 공업적, 그리고 실용적 요소 등의 혼합이다. 바로크적인 곡선미를 회피함과 동시에 직선미를 추구하지만 고전주의의 그것과는 다른 성질의 직선미를 함유하는 아르 데코 건축물들은 산업적 디자인의 예술적 도약을 나타낸다. 이 건축물의 칙칙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색조와 대칭적 간결함은 20~30년대 아르 데코 양식의 전형이다.

 

학생기자 강지우(콩코디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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